“방북비용이나 방북대가나 흰색이나 하얀색?” — 한동훈의 한마디, 이재명의 특검론과 다시 맞붙다
“방북 대가나 방북 비용이나, 하얀색이나 흰색이나 다른가.” 한동훈 의원이 던졌던 이 한마디가 1년 만에 다시 정치권 한복판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민주당은 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둘러싼 쌍방울 대북송금을 ‘방북 대가’라고 표현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6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한동훈은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이 나를 무고한 것”이라며 이미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한동훈의 표현을 둘러싼 싸움이 이제 ‘허위사실이냐 아니냐’에서 ‘누가 누구를 무고했느냐’로 전선을 옮긴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것은 ‘대가’와 ‘비용’이라는 두 단어가 만들어내는 정치적 온도차다. 민주당 측은 법원이 인정한 것은 쌍방울의 일부 송금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명목이었다는 취지이지, 이를 곧바로 ‘방북의 대가’라고 규정한 것은 아니라며 한동훈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반면 한동훈은 두 표현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경찰 역시 이번 불송치에서 한동훈의 발언 전체 맥락 등을 검토해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경찰이 ‘방북 대가’라는 역사적·법률적 사실을 최종 확정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이 판단한 것은 한동훈의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였다. 바로 이 차이가 앞으로의 공방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날,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을 다시 꺼냈다. 그것도 기존 사건의 공소취소를 특검 권한에서 빼고 조작기소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에 집중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기소를 당한 사람들이 자신뿐 아니라 언론인, 공무원, 정치인, 민간인에게도 있었다며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은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수사·소추기관이 조사할 경우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특검이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여기서 대북송금 사건이 다시 정치적 현안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생긴다. 이 대통령의 설명대로라면 특검의 초점은 ‘공소를 취소할 것인가’가 아니라 ‘과거 수사와 기소 과정에 조작이나 정치적 목적이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데 있다. 그러나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기존 법원의 판단과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까지 정치권이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면, 한동훈의 ‘방북 대가’ 발언 역시 자연스럽게 재소환될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허위사실이라고 고발했는데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돌려보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송치는 방북 대가라는 표현 자체를 법적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맞설 수 있다. 결국 한 단어의 차이가 다시 하나의 사건 전체를 호출하는 정치적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한동훈이 이 불송치 결정을 단순한 형사절차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재판 재개를 요구했고, 자신을 고발한 민주당 측에 대해서는 무고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반면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의혹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동훈의 언어가 ‘방북 대가’를 둘러싼 과거 사건의 재점화를 의미한다면, 이재명의 언어는 ‘검찰의 기소 과정’을 다시 검증하자는 미래의 조사 프레임이다. 하나는 “그 돈은 무엇이었는가”를 묻고, 다른 하나는 “그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과정은 정당했는가”를 묻는다. 질문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사건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싸움은 단순한 ‘방북비용 대 방북대가’의 말싸움으로 끝나기 어렵다. 한동훈에게는 경찰의 불송치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민주당의 고발 논리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고, 민주당과 이 대통령 측에는 조작기소 특검을 통해 과거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검증할 명분이 생겼다. 여기에 공소취소 논란까지 겹치면서 대북송금 사건은 형사사건의 영역에서 정치적 해석의 영역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도 조작기소 진상규명 자체는 필요하다고 한 것은, 앞으로의 논쟁을 ‘면죄부 특검’이냐 ‘수사 검증 특검’이냐는 프레임 싸움으로 옮길 가능성을 남긴다.
결국 “하얀색이나 흰색이나 다르냐”는 한동훈의 오래된 반문이 다시 살아난 이유는 단어 하나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위한 지출의 성격이 강조되고, ‘대가’라고 하면 어떤 행위와 돈 사이의 교환관계가 강조된다. 법정에서는 그 차이가 중요할 수 있고, 정치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큰 파장을 만든다.
지금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한동훈의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대북송금 사건의 모든 쟁점을 종결한 결정도 아니다. 그런데 바로 그 틈에서 한동훈의 무고 맞고소와 이재명 대통령의 조작기소 특검론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시 만났다. 방북대가냐 방북비용이냐, 그리고 조작기소냐 정당한 기소냐. 이제 싸움의 무대는 단어의 법적 의미를 넘어 그 단어 뒤에 있었던 수사와 기소의 실체를 어디까지 다시 들여다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경찰, 한동훈 ‘李 방북대가로 北에 돈 건너가’ 발언 무혐의 처분」, 2026.9.16.
- 뉴스핌, 「경찰, 한동훈 ‘이재명 대북송금 허위사실 유포’ 무혐의 처분」, 2026.9.16.
- 연합뉴스, 「李대통령, 국회에 ‘조작기소 특검법안 내 공소취소 조항 삭제’ 요구」, 2026.9.18.
- 경향신문, 「조작기소 특검 급물살 타나…“공소취소 조항 빼고 진상규명해야”」, 2026.9.18.
- 뉴스1, 「李대통령 ‘연임 없다, 공소취소 조항 삭제…’」, 2026.9.18.
- 관련 대법원·하급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판결 및 재판 기록
- 2026.9.18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보도자료 및 주요 언론 보도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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