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자 공포 노린 신분 사기 폭증… 인도계 이민자 1년 새 613건 피해 신고
미국 내 이민 단속과 비자 심사가 강화되자, 그 불안을 먹고 자라는 또 하나의 산업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합법 체류자를 노린 사이버 협박과 신분 사기다. 인도 외교부가 자국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거주 인도인을 겨냥한 사이버 위협·협박 민원은 2024년 8건에서 2025년 613건으로 폭증했다. 불과 1년 사이 사실상 폭발적인 증가세다. 특히 표적이 되는 이들은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오히려 학생비자(F-1), 전문직 취업비자(H-1B), 동반비자(H-4)처럼 서류와 신분 유지에 민감한 합법 체류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법은 교묘하다. 사기범들은 자신을 미국 이민당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 직원이라고 소개하거나, 가짜 로펌·영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한다. 이어 “기록에 문제가 있다”, “SEVIS가 취소됐다”, “비자가 무효화됐다”, “지금 즉시 벌금을 내지 않으면 추방되거나 체포된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몰아붙인다. 최근 미국 내 비자 발급 지연, 신분 심사 강화, 예약 적체 같은 실제 혼란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피해자는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지 이민 변호사들 역시 사기범들이 실제 이민 용어와 번호 위조까지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한다고 경고했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사기가 개인만 겨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미국에 있는 유학생이나 취업자의 부모에게까지 연락해 “자녀가 체포됐다”, “도난 사건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속인 뒤 돈을 뜯어낸 것으로 보도됐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고, 언어와 제도 장벽이 높을수록 이런 공포 마케팅은 더 잘 먹힌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전화금융사기가 아니다. 이민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 틈을 파고드는 사기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미국의 단속 강화가 범죄 억제를 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법 체류자를 겨냥한 새로운 협박 경제를 키우는 역설이 나타난 셈이다.
대응 원칙은 분명하다. 미국 정부 기관은 통상 전화나 메시지로 즉시 송금을 요구하지 않으며, 체포나 추방을 빌미로 기프트카드·송금 앱·암호화폐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전형적인 사기 신호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전화를 끊고, 공식 웹사이트에 적힌 번호로 직접 다시 확인해야 한다. 신분 관련 서류, 여권번호, SEVIS 정보, 은행계좌, OTP를 낯선 발신자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통계는 인도계 사회를 중심으로 집계됐지만, 불안한 비자 환경을 살아가는 아시아계 이민자 전체에 보내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오늘의 표적이 인도인이라면, 내일의 표적은 한국인일 수도 있다.
References
- Hindustan Times, “Indians in US see massive surge in cyber extortion, scams amid visa crackdown; Here’s what legal migrants should do,” 2026.4.6.
- Times of India, “Amid policy changes & scrutiny, cyber threats targeting Indians in the US surges,” 2026.4.5.
- Business Standard, “75x jump in scams hits Indians in US amid visa crackdown: Govt data,” 2026.4.6.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