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낙동강 녹조 독성 논란 속에서 연구자와 환경단체 활동가의 동향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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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진 듯 보였던 ‘MB 4대강’의 기억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공사 현장도, 보 철거 논쟁도, 예산 낭비 논란도 아니었다. 문제의 출발점은 낙동강 녹조 독성이었다.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이 영남권 수돗물과 낙동강 녹조 독성 문제를 제기한 직후, 경찰이 관련 교수와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과 향후 활동 계획을 물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의 4대강 민간인 사찰을 답습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2022년 9월 초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지 않았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은 영남권 수돗물에서 낙동강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환경부와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녹조 독성 검출 여부와 위험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경찰이 환경단체 활동가와 대학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활동 계획 등을 알아본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향후 계획 등을 질문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환경단체 쪽은 이를 ‘메신저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 사안을 곧바로 정치적 문제로 끌어올렸다. 그는 경찰이 “상부의 지시”라며 4대강 사업 보에 대한 입장, 녹조 문제에 대한 정부와의 입장 차이, 이후 집회 계획 등을 물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것이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녹조 독성 문제를 제기한 연구자와 시민단체를 압박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MB 4대강 민간인 사찰을 답습한다”는 표현은 이 사건을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추진 방식과 직접 연결한 말이었다.
이 대목에서 ‘민간인 사찰’이라는 말이 왜 등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 국책사업이었지만, 동시에 환경파괴와 예산 낭비, 절차적 강행 논란을 낳은 사업이었다. 이후 공개된 국정원 관련 문건에는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동향 파악, 관리 방안, 견제 조치 등이 담겼다는 환경단체들의 폭로가 있었다. 녹색연합은 2021년 국정원 문건 공개와 관련해 4대강 사업 반대단체, 종교계, 학계, 법조계, 농민단체 등이 사찰 대상에 올랐고, 주요 인물 관리 방안까지 검토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2년 9월의 경찰 접촉 논란은 단순한 전화 몇 통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 4대강 반대 운동에 참여한 시민사회는 국가기관이 환경 문제를 대하는 방식에 이미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강의 수질과 국민 건강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과학과 자료로 답하지 않고, 문제 제기자들의 동향부터 파악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과거 사찰의 기억을 호출할 수밖에 없다. 녹조가 문제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할 시간에, 누가 녹조를 문제 삼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녹조 독성 문제는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하기 어려운 공중보건의 문제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녹조 발생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해 왔고,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022년 7월 브리핑에서 4대강 보 활용 방침은 재자연화 폐기 선언이며, 4대강 녹조 독성 물질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정부와 경찰 입장에서는 공공질서와 집회 대응 차원의 사전 파악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은 환경단체와 교수에게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문제는 질문의 맥락이다. 연구자와 시민단체가 독성물질 검출을 주장하고, 정부 부처와 과학적 논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경찰이 등장하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확인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과학적 논쟁의 장에 수사기관의 그림자가 들어오는 순간, 논점은 녹조에서 감시로 이동한다.
이 사건이 불편한 이유는 바로 그 이동 때문이다. 강에 녹조가 생겼는지, 수돗물에 어떤 독성 위험이 있는지, 보 개방이 녹조를 줄이는지, 환경부의 대응은 적절한지 따져야 할 때였다. 그런데 논란은 어느새 “누가 조사했는가”, “누가 기자회견을 했는가”, “누가 집회를 계획하는가”로 옮겨갔다. 환경 위험을 제기한 사람들을 공론장의 참여자가 아니라 관리 대상처럼 다루는 순간, 국가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감시자로 보인다.
물론 이수진 원내대변인의 비판처럼 이를 곧장 ‘MB식 사찰의 부활’로 단정하려면 더 많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경찰이 어떤 지휘 체계에서 움직였는지, 실제로 자료를 수집해 어디로 보고했는지, 단순한 집회 동향 파악인지, 특정 연구자와 단체를 겨냥한 압박이었는지는 분리해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표현이 다소 거칠더라도, 이 문제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4대강 사업은 이미 과거 국가기관의 감시와 공작 논란을 남긴 정책이었고, 같은 주제에서 다시 시민사회 동향 파악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4대강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뒤집힌 대표적 환경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했고, 문재인 정부는 보 개방과 재자연화를 추진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4대강 보 활용과 재자연화 정책 후퇴 논란이 다시 커졌다. 이처럼 정책 방향이 흔들릴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자료, 더 투명한 조사, 더 공개적인 검증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경찰의 동향 파악 논란이 끼어들면, 정부가 불리한 목소리를 관리하려 한다는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녹조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간단해야 한다. 물이 안전한지 조사하고, 위험이 있으면 공개하고, 원인을 따지고, 정책을 고쳐야 한다. 연구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반박자료를 내면 되고,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하면 정부는 더 정교한 데이터로 설명하면 된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활동 계획을 묻고, 보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정부와의 입장 차이를 파악하는 방식은 민주사회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합법적 정보 수집이라 해도, 공권력의 접촉은 언제나 압력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그래서 4대강 사업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비춘다. 과거에는 강을 막았고, 반대자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남았다. 현재에는 녹조가 번지고, 그 녹조를 말하는 사람들의 동향을 경찰이 물었다는 논란이 생겼다. 강의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다시 사람의 문제로 돌아간 것이다. 물이 썩었는지를 묻는 질문 앞에서 권력이 먼저 살핀 것이 물의 상태가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이라면, 그것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결국 ‘MB 4대강’의 그림자는 콘크리트 보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환경 문제를 대하는 국가 권력의 오래된 습관 속에도 남아 있다. 비판자를 설득하기보다 관리하려는 습관, 데이터를 내놓기보다 동향을 파악하려는 습관, 강의 흐름보다 여론의 흐름을 먼저 계산하는 습관이다. 녹조 독성 문제는 과학의 영역이지만, 그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영역이다. 강이 막히면 물이 썩고, 말문이 막히면 정치가 썩는다. 2022년 9월 4일 다시 떠오른 4대강 논란은 바로 그 오래된 경고를 다시 들려주고 있었다.
참고문헌
- 오마이뉴스, 「경찰이 ‘낙동강 녹조 조사’ 교수·활동가에 전화…왜?」, 2022년 9월 2일.
- 뉴스피아, 「‘상부의 지시’ 경찰이 ‘낙동강 녹조 조사’ 교수·활동가에 전화 논란」, 2022년 9월 3일.
- 사건의내막, 「이수진 ‘윤석열 정부는 MB 4대강 민간인 사찰을 답습하려는 것’」, 2022년 9월.
- 환경운동연합, 「상부 지시받은 경찰, 녹조 문제 지적 국립대 교수와 환경단체 활동가 압박」, 2022년 9월 2일.
- 녹색연합, 「MB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다」, 2021년 3월 15일.
-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은 ‘위장형’ 녹색분류체계입니다」, 2022년 7월 19일.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