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년 구형이라는 경악: ‘동문’ 김현태가 느낀 서늘한 연민
최근 계엄 관련 재판 과정에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군 검찰이 징역 2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하자, 군 안팎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경악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육사 동문이자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김현태 등 군 내외 인권·안보 관계자들이 보낸 시선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비극적 ‘연민(憐憫)’에 가깝다. 군인의 명예와 상명의 하복이라는 굴레 속에서 명령을 수행했던 한 군 고위 인사에게 내려진 20년이라는 숫자는, 권력의 잔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현태가 느낀 연민의 본질은 “체제의 소모품으로 쓰이다 버려진 군인에 대한 아이러니”다. 정치적 판단의 주체도, 정책의 수혜자도 아니었던 야전 지휘관이 정권의 거대한 정치적 셈법과 사법적 단죄의 한복판에 홀로 방치된 채 엄중한 형벌의 짐을 전적으로 짊어지게 된 현실에 대한 서늘한 회한이다.
2. 곽종근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명령 준수’와 ‘소신 부재’ 사이의 외통수
그렇다면 곽종근은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가? 법리적으로 그는 헌정 질서를 위협한 비상계엄 선포 국면에서 특전사령관으로서 병력을 출동시키고 주요 국정 시설 진입을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및 내란 협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법적 유무죄를 넘어 정치·군사적 맥락에서 그의 진짜 비극은 ‘명령의 위헌성을 검증할 정무적 소신 부재’와 ‘정치 세력의 보장 없는 충성’에 있었다.
그는 군 통수권자의 지시를 군인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이행했으나, 그 명령이 가져올 사회적·헌정적 파장을 깊이 통찰하지 못했다. 상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정작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 그를 보호해 줄 정치적 울타리나 우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군인의 본분을 다했다는 주장과 위헌적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단죄 사이에서, 그는 사법적 방패도 정무적 명분도 갖추지 못한 채 비극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3. 배신자와 토사구팽의 전형: 쓰임이 끝나면 버려지는 권력의 잔혹사
곽종근의 처지는 정치 권력이 군과 관료 조직을 이용하고 버리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가장 적나라한 전형이다. 여권과 정권 수뇌부는 위기 국면마다 군의 충성과 행동을 요구하지만, 사법적 책임과 정국적 역풍이 몰아치면 모든 허물과 죄책을 현장 지휘관들에게 전가하며 꼬리를 잘라낸다. 야당과 사법당국 입장에서는 그를 엄벌함으로써 제2의 계엄 시도를 차단하는 본보기로 삼고, 여당과 보수 진영은 그를 정국의 짐으로 여겨 거리를 두거나 배척한다.
결국 양 진영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배신자’ 혹은 ‘체제 부역자’라는 이중의 주홍글씨를 안은 채 징역 20년이라는 차디찬 판결대를 마주한 곽종근의 말로는, 권력의 속성에 순진하게 기댔던 인물이 맞이하는 아이러닉한 잔혹사다. 김현태의 연민은 단지 한 개인을 향한 동정이 아니다. 명분 없는 정권의 도구로 쓰였다가 차갑게 버려지는 이 땅의 수많은 ‘용병’들을 향한 정론의 슬픈 경고라 할 수 있다.
4. 파면과 연금 박탈, 거리의 야전군: 김현태가 주창하는 ‘참군인’의 비극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이 군 지휘부로부터 파면당하고 군인연금과 평생 쌓아온 명예마저 박탈당한 채 올림픽공원 집회현장과 재판정을 오가는 ‘거리의 파이터’로 내몰린 모습은 현 사태의 비극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계엄 직후 부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눈물로 양심고백을 감행했던 그가, 시간이 흐르며 “명령 이행은 합법이었으며 군인은 통수권자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을 바꾼 배경에는 정권 교체 이후 현 정부의 일방적인 군 개혁과 ‘적폐 몰이’식 단죄에 대한 참담한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예비역 모임과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를 ‘참군인’이라 부르는 까닭은, 승진이나 안위에 눈이 멀어 상부의 정치공학적 타협(회유)에 넘어가 버린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달리, 김현태는 오직 부대원들의 무죄를 호소하며 모든 법적·경제적 불이익을 온몸으로 받아냈기 때문이다. 모든 공직 명예가 박탈되고 수사와 재판의 그물망에 갇힌 상태에서도, 계엄 당일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현장을 누비는 그 외로운 투쟁은 ‘체제에 배신당한 야전 지휘관’이 보여주는 가장 처절한 항변이라 할 수 있다.
5. 이재명 정부의 군 개혁과 사기 저하: 곽종근 20년 구형이 몰고 온 동요
이러한 사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어 온 군 개혁 정책의 실태 및 예비역 단체들의 거센 비판과 맞물려 군 내부의 뿌리 깊은 동요를 낳고 있다. 현 정부는 문민통제 강화와 과거사 정산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군 사법 및 지휘부 개혁을 밀어붙였으나, 현장 장교들과 예비역 사회는 이를 “위기 시 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라야 할 군인들에게 ‘사후 사법적 책임’을 전가해 군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군사기 저하 정책”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특히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내려진 징역 20년 구형은 현역 일선 지휘관들에게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도 정권이 바뀌면 징역 20년의 내란범이 된다”는 극심한 혼란과 무력감을 심어주었다. 위기 상황 시 지휘권 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 같은 분위기는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 조직의 근간을 자라내는 결과로 이어졌고, 예비역 장성단과 보수 군 단체들이 현 정부의 군 정책을 ‘국방 안보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결집하는 강력한 동인이 되었다.
6. 회유당한 자와 버려진 자: 군 수뇌부 잔혹사가 남긴 경고
결국 곽종근이 맞닥뜨린 20년 구형과 김현태의 처절한 거리가 보여주는 것은, 정권의 수레바퀴 속에서 군 지휘관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분열되었는가에 대한 차디찬 기록이다. 정치권의 회유와 거래 속에서 명분 없는 타협을 선택했던 곽종근은 끝내 중형 구형이라는 토사구팽의 전형으로 전락했고, 군인의 상명하복 명분을 다투며 홀로 거리로 나선 김현태는 연금마저 끊긴 채 수감과 재판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비극은 현 정부의 군 개혁이 단지 시스템의 재편에 그치지 않고 군심(軍心)의 이탈과 사기 파산이라는 거대한 안보 부채로 귀결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군을 이용하고 버리는 정치 권력의 습성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곽종근과 김현태는 계속해서 양산될 수밖에 없다. ‘용병’으로 쓰이다 버려진 군인들의 통곡과 군 내부의 서늘한 동요 속에서, 대한민국 국방이 짊어져야 할 안보 불확실성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참고문헌 (References)
- 연합뉴스 (2026.07.15) –
군검찰, '계엄 병력 출동'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 징역 20년 구형 - KBS 뉴스 (2026.07.16) –
곽종근 징역 20년 구형 파장… 군 내부 "명령 수행한 지휘관에 과도한 책임" 반발 - 조선일보 (2026.07.17) –
김현태 및 육사 동문들 "곽종근 20년 구형은 정치적 토사구팽" 안타까움 피력 - 한겨레 (2026.07.22) –
‘계엄군’ 김현태 전 707단장 법정 진술 파장… “계엄은 정당, 군인은 명령 따랐을 뿐” - 서울신문 / 한국국방안보포럼 (2026.07.23) –
곽종근 20년 구형과 예비역 모임의 반발… “이재명 정부 군 개혁, 지휘권 위축 및 사기 저하 초래”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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