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도 용혜인도, 결국 ‘도찐개찐’인가? — 가족 협동조합에서 경기동부연합 논란까지
이번 인사청문 정국을 보고 있으면 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한쪽에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둘 다 논란이 터졌다. 그런데 논란의 종류는 제법 다르다. 김승원 후보자에게는 가족이 근무한 사회적협동조합과 정부 바우처 예산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용혜인 후보자에게는 과거 진보정치권의 특정 계파 및 조직과의 연계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다시 소환됐다.
그런데 참 공교롭다. 대통령이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공모(公募)’를 이야기하는데, 국민 눈에는 자꾸 ‘공모(共謀)’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보인다. 물론 둘은 전혀 다른 한자다. 하지만 정치판에서는 발음 하나가 참 성가시게 겹친다. 먼저 김승원 후보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근무한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이 김 후보자의 지역구인 수원으로 이전한 뒤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이후 4년간 약 8억7877만원의 정부 바우처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 가운데 약 3억3143만원, 38%가 김 후보자 가족에게 급여로 지급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배우자가 원장으로 있는 조합에서 자녀까지 근무했고, 주 의원은 장남의 공개 채용공고상 직책과 실제 업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정치권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8억8000만원 가운데 가족 급여 3억3000만원. 숫자만 보면 기자회견용으로는 너무 완벽하다. 하지만 김 후보자 측의 설명도 있다. 가족들은 실제로 발달장애인 지원 업무를 해왔으며, 수원시의 제공기관 선정 과정에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정부 바우처 역시 장애인에게 제공된 서비스의 대가일 뿐 ‘특혜 수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부터가 진짜 청문회다. 가족이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가족이라고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 바우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특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따져야 할 것은 채용 절차가 공정했는지, 실제 근무했는지, 급여가 적정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공기관 지정 과정에 김 후보자의 영향력이 있었는지다.
민주당도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가족이 근무하고 급여를 받은 것 자체가 불법이나 특혜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좋다. 자료를 까보면 된다. 채용공고, 근무기록, 급여대장, 이사회 의사록, 수원시 선정자료, 국비·지방비 집행 내역을 보면 된다. 정치적 해명보다 훨씬 정확하다. “우리는 봉사했다”와 “세금 빨대다” 사이에서 국민이 판결할 필요도 없다. 장부가 판결하면 된다.
그런데 반대편에 있는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다른 색깔이다.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서는 용 후보자의 과거 정치활동과 경기동부연합 등 특정 진보진영 조직과의 연계성을 거론하면서 그의 정치적 정체성과 인사 적격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 민중당 계열 및 진보정치권 활동을 근거로 훨씬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선을 그어야 한다.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됐다’는 정치적 주장과 ‘공산혁명 지하조직이 키운 인물’이라는 표현은 동일한 사실이 아니다.
전자는 정치적 이력과 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문제지만, 후자는 훨씬 강한 사실적 입증이 필요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있다. 용 후보자의 정치적 성장 배경과 과거 진보정치권의 조직적 네트워크가 현재의 장관 인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쪽도 질문은 간단하다. 누가 추천했고, 어떤 기준으로 검증했으며, 대통령은 무엇을 보고 낙점했는가.
그래서 김승원과 용혜인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이상한 풍경이 나온다. 한 사람은 가족과 공공 바우처 사업의 관계가 문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치적 조직과 이념적 배경이 문제다. 하나는 돈의 흐름을 보자는 것이고, 하나는 사람의 과거를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양쪽 모두 결국 ‘검증’이라는 한 단어 앞에 서게 된다.
김승원 후보자에게는 “가족이 실제로 일했느냐,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를 확인하면 되고, 용혜인 후보자에게는 “과거의 정치적 활동이 무엇이었으며 현재 공직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검증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유리한 검증은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하고, 불리한 검증은 ‘정치공세’라고 한다. 내 사람의 논란은 음모론이고, 남의 사람의 논란은 국정농단이다. 이쯤 되면 청문회가 아니라 정치권의 거울닦기 대회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누가 떨어지고 누가 들어가느냐’다. 김승원 후보자는 제넨셀 관련 신약 임상 청탁 의혹에 이어 가족 협동조합의 정부 바우처 수익 논란까지 겹쳤다. 용혜인 후보자 역시 정치적 이력과 과거 진보진영 네트워크를 둘러싼 논란이 겹쳐 있다. 앞선 논란까지 합치면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는 단순한 능력 검증을 넘어 정치적 신뢰와 도덕성, 이해충돌, 과거 행적까지 한꺼번에 심판받는 무대가 됐다.
그렇다면 자유공모의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둘 다 입성? 둘 다 탈락? 아니면 한 명만 살아남기? 정치권의 계산기를 보면 아마도 서로 상대방 후보의 결격사유를 더 크게 보이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둘을 동시에 보게 된다. “당신들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당신 편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결국 ‘도찐개찐’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정확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철저히 벗겨내면 된다.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연계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활동이 문제라면 구체적인 사실과 현재 공직 수행과의 연관성을 따져야 하고, 단순한 낙인찍기라면 걷어내야 한다. 한쪽의 의혹은 사실 확인 없이 확정하면서 다른 쪽의 의혹에는 ‘정치공세’라고 외치는 순간 청문회의 신뢰는 끝난다.
더구나 지금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또 다른 말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 서용주가 방송에서 “인사 라인은 김현지”라고 말했고, 본인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고발까지 이어졌다. 이쯤 되면 이번 인사의 진짜 공모 방식이 궁금해진다. 공모는 했는데 누가 심사위원인지 모르고, 추천은 받았는데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고, 인사는 했는데 공식 라인은 또 따로 있고…. 그러니 국민이 묻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김승원이든 용혜인이든, 그리고 김현지든, 대통령실이든—사람이 아니라 기준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정권의 인사 기준이 정말 공정하다면 김승원에게도 같은 잣대, 용혜인에게도 같은 잣대, 여권 핵심 인사에게도 같은 잣대를 대면 된다. 그런데 만약 “우리 편이면 공익, 남의 편이면 특혜”, “우리 편이면 정치활동, 남의 편이면 종북”, “우리 편이면 농담, 남의 편이면 국정농단”이 된다면? 그 순간 ‘자유공모’는 자유롭게 사람을 고르는 제도가 아니라 자기 사람을 자유롭게 고르는 제도가 된다. 도찐개찐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한다. 다만 그 판단을 받으려면 먼저 같은 잣대부터 꺼내놓아야 한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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