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은 미국 정·재계와 왕실 인맥까지 얽힌 미성년자 성착취 스캔들의 중심 인물이다. 이미 사망했지만, 피해자 증언과 미공개 자료 논란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죽은 범죄자의 추문으로 봉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누가 그와 어울렸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의 세계를 보고도 외면했는가. BBC Newsnight에 나온 생존자 다섯 명의 증언은 이 사건을 다시 원점으로 끌어왔다. 그들의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엡스타인이 공포를 즐겼고, 피해자들의 눈빛 속 두려움을 권력의 일부처럼 소비했다는 진술은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성범죄를 넘어 권력형 포식 구조였다는 점을 다시 각인시켰다.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를 “어느 유명인이 터지나”만으로 보는 건 반쯤만 맞다. 이름값 큰 인물이 다시 소환될 가능성은 물론 있다. Reuters는 올해 들어 공개된 엡스타인 관련 자료와 정치·재계·외교권 인맥 지형을 따로 정리했고, 의회 안팎에서는 자료 공개가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정치적·사회적 충격은 유명인 실명 그 자체보다, ‘그 주변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 침묵했는지가 드러날 때 더 커진다. 회계사, 변호사, 자산관리인, 외교 라인, 금융기관, 심지어 사후 정리 구조까지 이어지는 연결망이 더 무겁다.
실제로 최근 미 하원 조사에서 엡스타인의 오랜 회계사와 변호사는 연방 수사기관이 자신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대목은 치명적이다. 세상이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한 사건에서, 정작 가장 가까운 주변부가 충분히 캐묻기조차 되지 않았다면 대중의 분노는 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다. 사건의 무게중심이 “누가 파티 사진에 있었나”에서 “왜 핵심 조력 구조가 비켜갔나”로 옮겨가는 순간, 엡스타인 이슈는 다시 살아난다. 유명인 몇 명을 태워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럽에서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Reuters는 프랑스 수사당국이 엡스타인과 연계된 의혹 속에서 에드몽 드 로칠드 은행 파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이건 단순한 가십이 아니다. 엡스타인 사건이 이제는 미국 사교계 추문을 넘어 국제 금융·외교·기관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신호다. 한때는 “그와 사진 찍힌 사람”이 뉴스였지만, 이제는 “그와 연결된 문서와 돈, 그리고 조직”이 더 큰 뉴스가 된다.
그렇다면 유명인 타격 중심으로는 어떻게 굴러갈까. 첫째, 직접 범죄 연루 증거가 있는 인물보다 먼저 평판이 취약한 고위 인물들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정 유죄와 별개로, 엡스타인과의 접점 자체가 공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시대가 이미 왔기 때문이다. 과거 BBC Newsnight 인터뷰 하나로 치명상을 입었던 앤드루 왕자의 사례는 아직도 살아 있는 교본이다. 최근에도 엡스타인과의 과거 관계를 해명하는 유럽 왕실 인사가 ‘또 다른 프린스 앤드루 순간’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으로도 이 파장은 형사처벌보다 이미지 붕괴의 방식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생존자 중심 서사가 더 강해질수록 유명인의 방어 논리는 더 약해진다. 과거에는 “이름이 문서에 있다고 해서 범죄는 아니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 먹혔다. 지금도 그 원칙은 중요하다. 실제로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등장한다고 곧바로 불법행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며, Reuters도 이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피해자 증언이 다시 대중 중심으로 떠오르면, 사회는 법정 기준 말고도 도덕적 기준을 동시에 들이댄다. 범죄 공모가 입증되지 않아도 “왜 그와 계속 어울렸나”, “왜 2008년 이후에도 관계를 끊지 않았나” 같은 질문이 치명타가 된다.
셋째, **다음 폭발 지점은 ‘새 이름’보다 ‘새 문맥’**일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인물이라도 새로운 이메일, 일정표, 자금 흐름, 기관 내부 문건과 함께 재등장하면 파급력은 다시 커진다. 지금 이 사건은 ‘미스터리한 새 폭로’보다 ‘기존 관계의 재맥락화’가 더 무섭다. 어제는 그냥 친분 사진이었던 것이, 오늘은 내부 문서·출장 기록·자산 이동과 연결되면 의미가 달라진다. 대중은 새 얼굴보다 새 연결고리를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엡스타인 이슈는 아직 유효하다. 다만 방향이 바뀌었다. 예전엔 “누가 그와 어울렸나”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가 왜 그렇게 오래 가능했나”, “누가 알고도 제동을 걸지 않았나”, “왜 자료는 아직도 전부 나오지 않나”가 더 큰 질문이다. 그래서 다음 타격은 유명인 한 명의 실명 공개보다, 그 유명인을 가능하게 한 보호막 전체를 향할 수 있다. 진짜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이미 사진 한 장이 공개된 인물이 아니라, 자신은 주변인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엡스타인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는, 범죄자가 죽어서가 아니라 구조가 완전히 해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BBC Newsnight 관련 재인용 보도, “‘He liked the fear in our eyes’: Epstein survivors tell BBC,” 2026.
- Reuters, “What did the Epstein files reveal about his ties to politicians, business titans and other figures?” February 2026.
- Reuters video/report, “US lawmakers accuse Bondi of hiding names of Epstein associates,” February 2026.
- The Guardian, “Epstein accountant and lawyer say federal agents never questioned them,” March 25, 2026.
- Reuters, “French investigators mounted raids in probe of diplomat with Epstein ties,” March 24, 2026.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