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명을 바꾼다고? –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가

위기 때마다 이름부터… 보수 정당정치의 고질병

세상소리 ㅣ Masterof Satire

[논평]

보수정당은 위기만 오면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이번엔 이름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간판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정당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점점 짧아졌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보수정당은 오랫동안 ‘정당’이라기보다 선거와 권력을 중심으로 조립되는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정책을 축적하고, 실패를 기록하며, 조직이 학습하는 구조보다는 대권 주자와 계파, 공천권이 정당의 실체를 대신해 왔다. 사람이 바뀌면 그릇도 바뀌고, 갈등이 깊어지면 간판부터 바꾸는 습관이 그렇게 굳어졌다.

당명 변경은 빠르고 눈에 띈다. 새 색깔, 새 로고, 새 슬로건은 마치 새로운 출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책과 책임이 바뀌지 않으면 그것은 쇄신이 아니라 마취에 가깝다. 유권자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이미 학습했다. 이름이 바뀌어도 정치의 방식이 같다면,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본의 자민당이나 미국의 공화당은 수많은 스캔들과 내분을 겪으면서도 간판을 유지한다. 그들이 항상 옳아서가 아니다. 실패의 기록과 책임의 흔적이 정당 내부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바로 그 축적 위에 서는 조직이다. 간판을 바꾸지 않아도, 정당 자체가 버텨낼 힘이 있다.

반면 한국 보수정당의 당명은 점점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냉소가 깊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 번의 당명 변경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순간 그것은 문제의 증거가 된다. 내부 갈등을 정면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이름만 바꾸는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이번에도 당명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유권자의 질문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이번엔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름을 바꾸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이 책임을 쌓는 속도다. 정책의 일관성, 실패에 대한 설명, 내부 민주주의,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 이것이 없다면 새 간판은 또 하나의 임시방편으로 기록될 뿐이다.

정당은 브랜드가 아니다. 신뢰는 리브랜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수가 정말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당명 교체가 아니라 정당으로서의 문장을 다시 써야 한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말이다.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신뢰는 그렇게 쉽게 갈아끼울 수 없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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