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식 종료 — 본다이 비극이 호주 사회에 남긴 깊은 상처와 성찰
[해설·논평]
지난 12월 21일, 호주 전역은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벌어진 총격 참극을 기리는 공식 추모식과 함께 ‘성찰의 날’을 맞았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열린 이 추모의 시간은 단순한 애도의 의식을 넘어, 호주 사회 전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의 장이 됐다. 축제와 신앙, 공동체의 연대가 공존하던 공간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력은 15명의 생명을 앗아가며, 평온하다고 여겨졌던 일상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추모식은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기는 반기로 내려졌고, 사건이 시작된 정확한 시각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밝혀졌다. 침묵 속에서 불린 희생자들의 이름은 숫자가 아닌 사람의 얼굴로 이 비극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는 단지 슬픔의 공유가 아니라, 폭력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틈을 어떻게 파고드는지에 대한 집단적 인식의 순간이었다.
본다이 비치라는 장소가 지닌 상징성은 이번 사건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그곳은 호주가 외부 세계에 보여주는 개방성과 다문화적 정체성의 공간이자, 일상의 자유를 상징해온 장소다. 바로 그 자리에서 벌어진 총격은 “안전한 공간”이라는 전제가 더 이상 자명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문제는 테러의 충격 자체보다, 그 충격이 사회의 신뢰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흔드는가에 있다.
추모가 끝난 뒤,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총기 규제로 이동했다. 호주는 과거 대규모 총격 이후 강력한 총기 규제를 도입한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법과 제도의 존재만으로 폭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총기의 접근성, 온라인 극단주의, 혐오 범죄의 확산, 그리고 사전 경고 신호를 어떻게 포착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총기 규제가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보호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유가 위축된다는 우려와, 규제가 미흡할수록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현실이 충돌한다. 본다이의 비극은 이 논쟁을 추상에서 현실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진정한 성찰은 법 조항의 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력이 뿌리내리는 토양—고립, 증오, 왜곡된 정보 환경—을 외면한 채 총기만 문제 삼는다면, 다음 비극은 다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추모식에서 울려 퍼진 메시지가 강한 울림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폭력이 일상이 되는 순간, 자유는 가장 먼저 무너진다.
본다이 비극의 추모는 끝났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호주 사회가 지금 마주한 선택은 애도를 넘어선다. 이 사건을 일회적 충격으로 봉합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과 자유를 동시에 지켜내는 사회적 합의를 향한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의 호주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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