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우리는 발칸의 상처가 아니라, 유럽의 일상이다” – 크리스마스 유럽 최고 마켓 목표
[해설·논평]
자그레브가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목표로 내세우는 이유는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선언은 크로아티아가 자신을 어디에 위치시키려 하는가에 대한 정치적·문화적 메시지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단순한 계절 행사가 아니다. 독일·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이 전통은 ‘중부유럽 정체성’의 상징이다. 공동체, 기독교 문화, 도시 공공공간의 회복이라는 가치가 결합된 무대다. 자그레브가 이 전통의 중심에 서겠다고 나서는 것은, 크로아티아가 발칸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부유럽 문명권의 일원임을 강조하려는 시도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현대사와 깊이 연결된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해체 전쟁은 이 나라를 오랫동안 ‘분쟁 지역’으로 각인시켰다. 크로아티아는 전쟁의 상처를 안은 채 유럽연합에 가입했지만, 정치·경제 통합만으로 정체성의 전환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화적 증명이었다. 총성과 난민의 기억을, 음악과 조명, 가족 단위의 축제로 덮어쓰는 작업이다.
자그레브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 전략의 핵심이다. 도시 전체를 무대로 삼는 이 행사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유럽 도시’라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관광 마케팅이면서 동시에 소프트 파워의 구축이다. 사람들은 시장을 보러 오지만, 떠날 때는 크로아티아를 유럽의 일상적인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더 깊이 보면, 이 선택은 지정학적 계산과도 맞닿아 있다. 크로아티아는 지리적으로 발칸과 중부유럽, 지중해를 잇는 경계에 놓여 있다. 이 모호한 위치는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자그레브는 이를 장점으로 전환하려 한다.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타이틀은, 크로아티아가 스스로를 유럽의 변두리가 아닌 교차점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이다.
유럽 사회 내부를 향한 메시지도 분명하다. 크로아티아는 더 이상 도움을 받는 신참 회원국이 아니라, 유럽 문화의 한 장면을 주도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국가임을 보여주려 한다. 전쟁 이후의 국가는 기억을 관리하지 못하면 과거에 붙잡히지만, 기억을 재해석하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래서 자그레브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화려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크로아티아가 선택한 답변이다.
“우리는 발칸의 상처가 아니라, 유럽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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