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헌법 개정 추진에 커지는 공포…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이 사라진다’”
짐바브웨에서 추진 중인 헌법 개정안이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라, 유권자의 손에서 정권 교체의 마지막 수단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공포를 키우고 있다. 4월 초 진행된 공청회 현장에서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야유와 위협, 물리적 충돌 속에 묻혔고, 비판 인사들은 “이 개헌이 통과되면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은 사실상 죽는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와 AP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단순히 대통령 임기를 조금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짐바브웨 정치의 기본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핵심은 개헌안의 내용이다. 짐바브웨 내각은 지난 2월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대통령을 국민 직선이 아니라 의회 선출 방식으로 바꾸는 헌법 개정 초안을 승인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은 원래 임기가 끝나는 2028년보다 더 오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고, 반대 진영은 사실상 2030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여당 ZANU-PF가 의회에서 개헌을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의 다수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개정안이 단지 음낭가과 한 사람의 임기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지 않고 의회가 선출하게 되면, 선거는 형식만 남고 실질적인 정권 선택은 여당 내부 권력구조에 갇힐 수 있다. 그래서 알자지라가 전한 시민들의 공포는 단순한 반정부 감정이 아니라, “내 한 표로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함에 가깝다. ‘kill political choice’라는 표현이 강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선택지가 조금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권을 교체할 통로 자체가 닫힐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공청회에서 벌어진 혼란은 이런 우려를 더 키웠다. AP에 따르면 하라레에서 열린 공청회는 반대 여론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야유와 intimidation, 몸싸움으로 얼룩진 충돌 현장으로 변했다. 인권변호사 더그 콜트아트는 위협적인 분위기에 항의하며 자리를 뜨려다 지지자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전화기와 안경을 빼앗기거나 망가뜨렸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공청회들에서도 반대파 발언이 방해받거나 아예 기회가 차단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라는 국제인권단체의 경고까지 나온 이유다.
반대 진영은 절차적 정당성도 문제 삼고 있다. 로이터와 AP에 따르면 전직 해방전쟁 참전 용사들과 야권 인사들은 이런 수준의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 없이 밀어붙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 대응과 정치적 저항에 나섰다. 특히 대통령 직선제를 흔들고 임기를 늘리는 문제를 여당 의석수만으로 처리한다면, 이는 헌법을 권력 보호 장치로 바꾸는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짐바브웨가 로버트 무가베 장기집권의 상처를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한 나라라는 점에서, 이번 개헌 논란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여당과 정부는 국가 안정과 제도 정비를 내세우지만, 시민사회와 반대파가 보는 그림은 정반대다. 그들에게 이번 개헌은 국가 운영의 효율화가 아니라, 선거를 통한 권력 심판의 문을 좁히는 작업이다. 더구나 음낭가과 대통령은 2017년 쿠데타 이후 집권했고, 2018년과 2023년 선거 역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직선제 축소와 임기 연장은 “질서 있는 개혁”보다 “통제된 장기집권”으로 읽히기 쉽다. 공청회장에서 터져 나온 분노는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소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후퇴할 수 있다는 집단적 위기의식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결국 짐바브웨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개헌 뒤에 숨은 방향이다. 대통령을 더 오래 앉히고, 국민의 표를 약화시키고, 반대 의견을 거리와 공청회에서부터 눌러 버리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선거는 남아 있어도 선택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몇 년 더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정권을 바꿀 수 있는 나라로 남느냐”에 있다. 짐바브웨 시민들이 지금 느끼는 공포는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제도 속 문장 몇 줄로도 질식할 수 있다는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경고다.
참고문헌
- Al Jazeera, Zimbabweans fear planned constitutional change will kill political choice, 2026-04-02.
- Reuters, Zimbabwe cabinet backs bill that would extend Mnangagwa’s rule till 2030, 2026-02-10.
- Reuters, Zimbabwe war veterans challenge Mnangagwa term extension in court, 2026-02-17.
- AP News, A hearing on extending Zimbabwe president’s term erupts in chaos, 2026-04-01.
- Amnesty International, Zimbabwe: Authorities must guarantee free expression and safety ahead of public hearings, 2026-03.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