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권력이 허락할 때만 누리는 특혜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남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다. 그러나 그 원칙은 정치적 구호로 외칠 때보다 권력자를 불편하게 하는 발언 앞에서 더 엄격한 시험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관한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모스 탄 전 미국 대사의 첫 공판이 열렸고,…
튀니지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와 시민적 권리의 보장을 요구했다. 한쪽은 법정에서, 다른 한쪽은 거리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국가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모스 탄 사건에서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발언의 내용만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탄 측은 미국에서 이뤄진 발언에 한국 법원이 재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발언자가 그것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는지도 다투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법적 쟁점이다. 한국의 법원이 해당 사건을 재판할 권한이 있는지와 혐의가 성립하는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더구나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했다는 사실은 유죄가 입증됐다는 뜻이 아니다. 법정은 정치적 감정이나 여론의 크기가 아니라 법률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허위사실을 말해도 언제나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적용 법률, 발언의 구체적 내용,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현인지, 공익성, 허위성에 대한 인식과 고의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허위로 판명됐다는 결과만으로 발언자의 고의와 책임을 자동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공익을 내세웠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모든 행위가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는 어느 한쪽을 무조건 절대화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없다. 국가가 처벌하려면 법률상 요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과 고발이 위축되는 부작용까지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관할권 문제는 또 다른 경계선을 드러낸다. 발언이 외국에서 이뤄졌고 발언자가 외국 국적이라는 사실만으로 한국 법원의 관할권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도, 반대로 한국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는 이유만으로 관할권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발언 장소와 전달 경로, 피해와 결과가 발생한 곳, 적용 법률의 범위 등 구체적인 법적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재판을 통해 확인할 일이다. 다만 국경을 넘는 발언에 형사책임을 묻는 문제는 국내 정치인의 명예 보호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표현의 자유와 관할권의 한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튀니지의 풍경은 더 직접적이다. 10월 17일 튀니스에서는 튀니지 노동총연맹(UGTT)과 시민사회단체, 정치세력 등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시민적 권리를 요구하고 사이에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국제 보도는 정치적 자유의 위축과 함께 생활비 상승, 물·전력 공급 차질, 의약품 부족과 실업 등 경제적 불만도 시위의 배경으로 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독재자를 몰아내며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튀니지에서 다시 거리의 시민들이 권력 집중과 자유의 후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다음 선거까지 모든 비판을 차단할 권리를 얻는 체제가 아니다. 선출된 권력도 시민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한국의 명예훼손 재판과 튀니지의 정치적 시위를 같은 수준의 사건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법원의 형사재판과 시민들의 집회는 성격도 다르고, 각국의 법률과 정치 상황도 다르다. 그러나 두 사건은 공통된 질문을 남긴다. 권력이 불편한 발언을 마주했을 때 반박과 공개 검증으로 대응하는가, 아니면 형사처벌과 제도적 압박이 비판의 공간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지는가.
표현의 자유를 평가할 때는 정부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얼마나 보장하는지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하고 거슬리는 발언까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한국 역시 이 질문에서 예외일 수 없다. 명예훼손 법리는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 적용이 정치적 비판과 공익적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민주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진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근거 없는 비방과 조작된 사실을 무제한으로 퍼뜨릴 수 있다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해법은 어느 진영의 발언을 보호하고 다른 진영의 발언을 처벌하는 선택적 자유가 아니다. 관할권은 법에 따라 엄격히 따지고, 허위성과 고의는 증거로 입증하며,…
공익적 비판과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정권의 색깔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권력에 우호적인 사람만을 위한 자유가 아니다. 오늘의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는 내일의 권력자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남겨두어야 할 자유다. 모스 탄 사건의 결론은 법정에서 증거와 법률에 따라 내려져야 하고,…
튀니지 시민들의 요구 역시 단순한 정권 찬반을 넘어 시민의 권리와 국가 권력의 한계를 묻는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비판자를 처벌하는 일이 쉬워질수록 권력은 편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권력이 편해지는 것과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의 진짜 시험은 권력이 박수받을 때가 아니라, 거센 비판 앞에서도 자유의 원칙을 지킬 때 시작된다.
참고문헌
- The Kyunghyang Shinmun, 2026년 10월 16일, Mos Tan “I believe Lee Jae Myung is guilty” pleads not guilty in defamation trial. 모스 탄의 첫 공판과 무죄 주장 관련 보도.
- Political.org, 2026년 10월 17일, Former US Ambassador Morse Tan Pleads Not Guilty in South Korea Defamation Case Over Remarks Made in Washington. 관할권, 허위성 인식, 명예훼손 의도에 관한 변호인 측 주장 소개.
- Reuters, 2026년 10월 17일, Tunisians stage biggest protest in years against President Saied. 튀니지 시위와 정치·경제적 배경 보도.
- Al Jazeera, 2026년 10월 17일, Thousands rally for biggest protest in years against Tunisia’s Saied. 표현의 자유 제한과 생활 여건 악화에 항의한 시위 관련 보도.
- Reuters Connect / Anadolu Agency, 2026년 10월 17일, Thousands rally in Tunis against President Saied. 시위 현장과 UGTT 관계자 발언을 담은 영상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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