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전략이 남중국해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10월 16일 ‘China’s Rare Earth Strategy and the Future of the South China Sea’라는 분석에서 해저 광물 개발이 기존의 남중국해 분쟁에 새로운 변수를 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남중국해의 전략적 가치는 영유권, 군사적 거점, 어업권, 석유·가스 자원과 국제 해상교통로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심해저에서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다를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에 더해, 바닷속 자원을 누가 탐사하고 개발하며 그 규칙을 결정하느냐는 문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자원 전쟁이 해상 패권 경쟁과 결합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은 단순히 광물이 많이 매장돼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채굴부터 분리·정제, 영구자석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지위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전자제품뿐 아니라 첨단산업과 군사 장비에도 사용된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 미국과 동맹국의 산업 및 방위 공급망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4월 분석에서 중국의 2025년 희토류 수출 제한이 서방의 공급망 취약성을 드러냈고, 미국이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이를 단기간에 완성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희토류는 이미 경제적 거래의 대상만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협상 수단이 된 것이다.
이제 경쟁의 무대가 육지에서 바다로 넓어질 수 있다. 해저에는 망간단괴와 코발트가 풍부한 망간각, 해저 열수광상 등이 존재하며, 일부 해저 광물에는 희토류와 산업적으로 중요한 금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해저에 광물이 있다는 사실과 경제적으로 채굴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술적 난제와 비용, 환경 파괴 우려, 국제 규범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더 디플로맷》 역시 남중국해가 당장 상업적인 희토류 채굴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미래의 자원 안보가 해양 관할권과 해저 탐사, 과학조사 및 규제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해저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커질수록 탐사선의 활동이나 해양조사 자료 확보조차 전략적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를 지켜보기만 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자국 생산과 정제 능력을 확대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대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남중국해에서는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며 중국의 강압적 해양 활동에 반대해 왔다. 다만 미국이 남중국해의 모든 해저 광물 개발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전망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기술·산업 협력, 해양 감시와 정보 공유, 동맹국 간 자원 공급망 연대가 강화되는 한편 중국의 해양 활동을 둘러싼 외교적·군사적 긴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 확보가 국가안보의 일부가 되면 광물 탐사와 해양조사, 민간 개발 사업의 성격마저 미·중 경쟁의 시각으로 해석될 위험이 커진다.
한국은 이 경쟁을 먼 나라의 영유권 다툼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남중국해는 동아시아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교통로이며, 이 해역의 긴장과 항행 차질은 한국의 수출입 물류와 에너지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CSIS는 2026년 7월 분석에서 남중국해의 주요 해상 병목 지점을 통과하는 무역의 규모와 국가별 의존도를 조명했다.
한국처럼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항로가 길어지거나 보험료가 오르고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비용과 납기, 에너지 수급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져야만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선박 운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해상보험과 운임이 상승하며, 기업들이 공급망을 우회하는 순간부터 경제적 비용은 현실이 된다.
한국의 해상 물류 안보는 단순한 해운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반이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어느 한쪽의 눈치만 볼 수 없는 처지라는 데 있다.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며, 미국은 한국의 핵심 안보동맹국이다. 중국의 해양 활동에 대해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면 중국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고,…
반대로 미국의 전략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동맹의 신뢰와 공급망 협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딜레마를 이유로 원칙 자체를 유보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한국이 지켜야 할 기준은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국제법, 항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해양 환경의 보호와 안정적인 무역로다.
중국의 압박에도 미국의 요구에도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국의 선택이 단순한 편들기가 아니라 독자적인 국익 전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눈치 외교는 당장의 마찰을 줄일 수 있어도, 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한국이 행사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 주지는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이 자원 경쟁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경꾼으로 남지 않는 일이다.
심해저 자원은 해양 환경에 미칠 영향과 국제적 이익 배분, 탐사·개발의 규칙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분야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가 관할권 밖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해저기구를 통한 관리 체계를 두고 있다. 따라서 해저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은 단순히 어느 나라의 광물을 구매할 것인가를 넘어,…
국제 규칙과 과학적 기준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 해양조사와 심해 기술, 자원 재활용, 공급망 다변화, 전략 비축, 해운 안보를 함께 묶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남중국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희토류 매장량만이 아니다. 누가 해저를 탐사하고, 누가 개발 규칙을 만들며, 누가 그 자원과 항로를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자원 지배력 확대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합리적이지만, 그 대응이 언제나 한국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한국은 미·중 경쟁의 한복판에서 어느 쪽의 요구에 자동으로 끌려가는 나라가 아니라, 국제법과 해상교통의 안정, 산업 경쟁력이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움직이는 나라여야 한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국과 무관한 바다의 분쟁이 아니다. 한국의 물건이 지나가고, 에너지가 들어오며, 경제의 생명선이 연결된 바다의 미래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원칙을 잃어서도, 미국의 전략에 기대어 스스로의 준비를 미뤄서도 안 된다. 바닷길을 지키는 힘은 위기가 닥친 뒤의 외교적 수사보다, 위기 전에 확보한 원칙과 기술, 공급망과 협상력에서 나온다.
참고문헌
- The Diplomat, “China’s Rare Earth Strategy and the Future of the South China Sea,” 2026년 10월 16일.
- CSIS, “Rare Earth Export Restrictions One Year Later,” 2026년 4월 27일.
- CSIS, “Troubled Straits: Analyzing Trade Chokepoints in the South China Sea,” 2026년 7월 1일.
- United Nation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Part XI, Section 2.
-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자료 재게시, USNI News, “Report to Congress on South China Sea Disputes,” 2026년 9월 2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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