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 “500만원이 2,000만원으로” 4배가 불러낸 이재명·정청래의 당무개입 논란…노무현은 탄핵까지 갔는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핵심 화두가 느닷없이 ‘기탁금’이 됐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에 출마하려는 후보가 내야 할 돈이 직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네 배 뛰었다.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에게 50%를 감면해 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1,000만원이다. 본경선 비용까지 포함하면 당대표 후보는 총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총 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 기준이다. 돈 없는 청년과 원외 정치인에게 민주당 지도부의 문은 열려 있는가. 기탁금 논란은 바로 이 단순하고도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탁금에는 명분이 있다.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고 선거 관리비용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 배 인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선거 관리비용이 1년 만에 네 배 늘었는지, 기탁금 산정의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재정이 충분한 거대 정당이 왜 후보자에게 비용을 전가해야 하는지부터 밝혀야 했다. 후보 등록을 불과 하루나 이틀 앞두고 액수를 알게 됐다는 후보들의 주장까지 사실이라면, 문제는 금액을 넘어 절차적 공정성으로 확대된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민주당 당규다. 당규는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의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선거공보 발송을 비롯한 선거 관리비용을 중앙당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만 45세 이하 청년 등에게는 최고위원회 의결로 기탁금을 감면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선거공영제를 당규에 명시한 정당이 정작 청년 후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기탁금을 요구했다면, 규정의 정신과 실제 운영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은 2001년생 정민철 최고위원 후보였다. 그는 원외 청년 정치인이 후원회를 통한 충분한 정치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2,0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개인 계좌를 공개해 모금을 시도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돈을 반환하겠다고 밝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액 기탁금이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보자를 불투명한 자금 조달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탁금이 대폭 상향됐고 특히 청년 후보의 부담이 몇 배 늘었다며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자신도 노무현 정부의 ‘돈 안 드는 선거’ 개혁이 없었다면 정치를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내놓았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7월 21일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기탁금 감면 또는 조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현실의 당 운영을 움직인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대통령은 돈 때문에 정치 참여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을 도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 제기의 내용만 놓고 보면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기탁금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민주당의 결정이 먼저 잘못됐다.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를 바로잡았다면 당무개입 논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옳은 말을 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그 말을 해도 되는가는 다른 문제다. 이재명이라는 개인 당원이 같은 말을 하는 것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권당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선거규칙을 공개적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무게가 전혀 다르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당원 의견이 아니라 공천과 예산, 인사와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의 메시지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로 재논의에 착수한 것만 봐도 그 발언을 평당원의 의견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도 당원이므로 의견을 낼 권리가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개적인 의견 표명은 밀실 공천 개입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은 금전적 부담으로 청년 정치인이 활동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당연한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변인도 당직 선거는 정당 내부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영역이며 대통령에게도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형식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일반 공무원과 달리 당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정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헌법기관이며 정당의 당원으로 남아 특정 정당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동시에 대통령이 정치적 기관이라는 점과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정청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당무개입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이 정청래 전 대표의 당선을 불안해하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정청래를 떨어뜨려 달라”고 말하라고 공격했다. 실제로 기탁금 문제를 먼저 크게 제기한 김민석·송영길 후보와 청년 후보 상당수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정청래 후보는 강성 당원층과 친정청래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정청래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발언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정치적 의심과 입증된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정청래 전 대표의 대응도 흥미롭다. 그는 자신의 후원금 계좌에 하루 만에 3억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을 당원들의 분노와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탁금에 대해서는 자신이 봐도 너무 많다며 종전 수준으로 낮춰야 하고, 재정이 충분한 민주당이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수용한 것이다.
정청래 후보가 기탁금 인상 결정을 직접 주도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청래가 청년의 출마를 막기 위해 기탁금을 올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막강한 후원금 모금 능력을 정치적 지지의 증거로 내세운 직후, 원외 청년 후보들이 1,000만~2,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출마 자체를 걱정하는 모습이 등장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에는 하루 만에 수억원을 모으는 당권 주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기탁금 마련을 위해 개인 계좌까지 공개하는 청년 후보가 있다.
기탁금 논란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소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야당은 이를 포함한 여러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국회는 2004년 3월 12일 탄핵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14일 탄핵을 기각했지만, 노 대통령의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 위법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노무현 탄핵 사건과 이번 기탁금 발언은 법률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였고, 공직선거법상 정당 간 기회균등과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가 직접 문제 됐다. 이번 사안은 민주당 내부의 당대표·최고위원 선거규칙에 관한 발언이다. 국가기관을 선출하는 공직선거와 정당 내부의 당직 선거는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이 대통령의 기탁금 발언을 곧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탄핵 사유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헌법재판소가 설명한 선거중립 의무도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이 공직선거의 자유경쟁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법률적 차이가 정치적 형평성의 질문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실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섰다. 당시 민주당 계열 정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했다. 그런데 2026년의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선거의 비용 규칙을 직접 거론하고, 당이 곧바로 재검토에 착수했는데도 이를 단순한 당원의 의견이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에게 당원의 권리가 있다는 민주당의 설명을 일관되게 적용하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정당 정치에 관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었다. 반대로 대통령의 말은 평당원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절제돼야 한다는 노무현 탄핵 당시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기탁금 발언 역시 최소한 정치적 당무개입 여부를 따져볼 대상이 된다. 민주당은 두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들의 대통령에게만 당원의 권리를 넓게 인정하고 다른 정권 대통령의 당무 관여에는 ‘사당화’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정파적 편의다.
물론 윤석열 정부 당시의 공천 개입이나 수직적 당정 관계를 거론한다고 해서 이번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전임 대통령이 더 심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은 현직 대통령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준은 전임자보다 조금 덜 잘못하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을 잡기 전 자신들이 비판했던 행위를 권력을 잡은 뒤에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이 대통령의 기탁금 문제 제기는 내용상 타당하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참여가 막혀서는 안 되며, 후보 난립 방지를 명분으로 거액의 진입장벽을 세우는 것도 민주정당답지 않다. 민주당은 기탁금을 직전 수준으로 낮추고 인상 결정 과정과 비용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청년 후보에게만 일정액을 깎아주는 방식보다 선거공영제 원칙에 맞게 당이 공통 비용을 부담하고, 후보자에게는 실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 요구하는 것이 맞다.
동시에 이 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이 당원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규칙을 공개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여당이 즉각 움직이는 구조가 반복되면 당은 대통령실의 하부 기관으로 보이게 된다. 좋은 목적을 가진 개입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선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대통령도 자신의 개입을 ‘공정한 경선을 위한 의견’이라고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책임은 아무런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기탁금을 네 배 올린 민주당에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를 바로잡을 내부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대통령이 직접 등장하도록 만든 당 지도부에 있다. 세 번째 질문은 대통령의 개입을 당원의 권리로 포장하면서 노무현 탄핵과 전임 대통령의 당무개입에 적용했던 기준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다.
기탁금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누가 당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가난한 정치 신인에게도 도전의 문이 열려 있는지, 집권당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험지다. 민주당이 2,000만원을 500만원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 모든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왜 네 배 올렸는지,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는 왜 고치지 않았는지, 대통령의 개입 한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탄핵심판대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 경선의 기탁금을 되돌려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두 사건의 법률적 성격은 다르지만 대통령의 말이 당과 선거에 미치는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진정 노무현의 정치개혁을 계승한다고 말하려면 그의 이름을 기탁금 인하의 명분으로만 빌릴 것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의 절제라는 불편한 교훈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李대통령 가세 속 與전대 기탁금 이슈 부상…당 결정 주목」, 2026.07.19.
- JTBC, 「최고위원 500→2000만원, 민주당 이번엔 ‘기탁금’ 논란」, 2026.07.19.
- 연합뉴스, 「국힘, 李대통령 與전당대회 기탁금 지적에 ‘누가 봐도 당무개입’」, 2026.07.19.
- 연합뉴스, 「與, ‘李대통령 당무개입’ 국힘 비판에…‘尹출장소 까먹었나’」, 2026.07.20.
- 연합뉴스, 「정청래 ‘전대 기탁금은 낮춰야’」, 2026.07.20.
- 더불어민주당, 「당규 제10호 당대표·최고위원 선출규정—제32조 선거공영제」, 2026.07.20 접속.
- 헌법재판소·국가법령정보센터, 「대통령(노무현) 탄핵, 2004헌나1」, 2004.05.14.
- 헌법재판소, 「분야별 주요판례—2004헌나1 대통령 탄핵」, 2004.05.14.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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