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EF·미 법무부 문건이 드러낸 중국의 ‘언론 통일전선’…NYT·CNN은 왜 명단에 반복됐나
중국 공산당의 해외 언론 공작이라고 하면 흔히 편집국에 지시를 내리거나 기자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노골적인 방식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더 세련된 영향력 공작은 언론사를 직접 장악하기보다 기자와 논설위원, 전직 관료와 학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정보의 입구와 인간관계의 통로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비공개 만찬과 중국 방문, 기고 요청과 연구 지원, 반복되는 면담과 ‘교류’가 그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기사가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중국에 접근하려면 누구와 만나야 하고 어떤 의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서서히 학습시키는 구조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할 자료가 미국 법무부의 외국대리인등록법, 이른바 FARA 공개문건이다. FARA는 특정 단체나 언론사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외국의 개인·기관·단체를 위해 미국 내 여론이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홍보·정치 활동을 수행한 대리인이 그 관계와 활동을 공개하도록 하는 투명성 제도다. 따라서 FARA 문건에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언론사나 기자를 중국의 대리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다만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떤 사람들에게, 무슨 방법으로 접근했는지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중미교류기금회, 영문명 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CUSEF)이 있다. CUSEF는 스스로를 2008년 홍콩에서 출범한 독립적 비정부·비영리단체로 소개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화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창립자는 홍콩 초대 행정장관을 지낸 퉁치화다. ‘교류’와 ‘대화’라는 외형만 놓고 보면 민간 외교단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 CUSEF를 대리했던 홍보업체들이 법무부에 제출한 계약서와 활동보고서를 펼쳐보면, 단순한 친선행사를 넘어 미국의 언론·대학·싱크탱크와 장기간 관계망을 구축하려 한 흔적이 나타난다.
2011년 8월 제출된 FARA 계약문건은 그 목적을 비교적 솔직하게 적었다. 미국 홍보회사 브라운 로이드 제임스는 CUSEF가 운영하는 ‘China-US Focus’ 웹사이트를 위해 콘텐츠를 발굴하고 홍보 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미국 내 제3자 지지자를 확대하고 언론 보도를 만들어내며 대표단의 중국 방문을 주선하겠다고 신고했다. 계약서에는 월 1만500달러의 수수료가 명시됐고, 홍보업체가 CUSEF를 대신해 일부 기고자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 다만 이 문건만으로 특정 언론사 기자가 돈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당을 받는 기고자의 명단이나 CNN·뉴욕타임스와의 직접적인 연결은 문건에 제시되지 않았다.
언론 접촉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2년 1월 FARA 보충보고서에는 CUSEF를 위해 홍보회사 대표 자택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 참석 매체로 뉴욕타임스, CNN,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등이 열거됐다. 2014년 7월 보고서에도 뉴욕과 워싱턴에서 CUSEF를 대신해 비공개 만찬을 열었으며 뉴욕타임스, CNN, AP, CBS, 블룸버그, BBC,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같은 문건에는 NPR,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파이낸셜타임스, 슬레이트 등의 중국 방문을 주선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7년 신고문건에서는 CNBC·뉴스위크·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디언 등의 중국 방문 지원과 함께, 뉴욕과 워싱턴에서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AP·CBS·PBS·월스트리트저널 등과 CUSEF를 위한 면담을 마련했다고 적었다. 2018년 보고서에도 대학과 싱크탱크에 China-US Focus 기고를 요청하고 복스, 슬레이트, 보스턴글로브, 허핑턴포스트 등의 중국 방문을 지원한 활동이 기록됐다. 2011년 계약부터 2018년까지 유사한 활동이 반복됐고 2020년에도 관련 보충신고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공략’이라는 표현은 단발성 로비가 아니라 2010년대 전반에 걸쳐 축적된 장기적 접촉망을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 문건들은 CNN이나 뉴욕타임스가 중국 공산당에 매수됐다는 증거가 아니다. 기자가 만찬에 참석했다거나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그 자체로 부정행위가 아니다. 취재원과 만나는 것은 언론인의 업무이며, 중국 정부와 가까운 단체를 취재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검토된 FARA 문건에서 확인되는 것은 접촉과 만찬, 방문 지원, 콘텐츠 발굴과 기고 요청이다. 편집권을 넘겼다거나 특정 방향의 기사를 쓰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입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방식은 더 까다롭다. 영향력은 반드시 보도지침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초청받고 고위 인사를 소개받으며 독점적인 접근권을 얻은 기자는 중국을 취재할 때 그 관계를 잃지 않으려는 유인을 느낄 수 있다. 비판적 보도를 했을 때 비자가 거부되거나 취재원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 명시적인 검열 명령이 없어도 자기검열이 형성될 수 있다. 통일전선의 핵심은 모든 참가자를 공산당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목표에 유리한 관계와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외부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도 중국의 해외 선전 시스템이 국영매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위원회는 중국이 연수와 경비 지원 여행을 통해 외국 언론인에게 우호적인 중국상을 전달하고, 국영매체 콘텐츠를 기존 주류 언론의 유통망 안으로 진입시키며, 언론사 경영진이나 기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17년 보고서는 중국 영향력 활동의 목표를 중국과 공산당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미중 투자 촉진, 중국 정부에 부정적인 목소리 억제로 정리했다.
2023년 위원회 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대외 선전 체계가 당 선전부, 외교부, 신화통신, 차이나데일리, CGTN 등 여러 기관과 비정부 행위자가 혼합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은 적어도 2021년까지 신화통신과의 콘텐츠 공유를 중단했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중국 국영매체의 삽입물이나 광고가 계속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CNN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신화통신 광고를 게재한 사례로 언급됐다. 이는 CUSEF 만찬과 별개의 사례이지만, 중국의 언론 접근이 교류재단, 국영통신사, 유료광고, 콘텐츠 제휴 등 여러 경로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CUSEF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의 관계도 단정과 검증을 구별해야 한다. CUSEF는 자신을 중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비영리단체라고 주장한다. 반면 후버연구소가 2018년 펴낸 중국 영향력 보고서는 창립자 퉁치화가 당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었으며, 정협을 중국의 최고위급 통일전선 조직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CUSEF의 활동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향력 추구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 법무부가 CUSEF를 공산당 기관으로 공식 판정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창립자의 정치적 지위와 미국 내 활동 방식이 단순한 민간 친선단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미 법무부 문건이 보여주는 통일전선의 실체는 비밀 지령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유력 언론인을 비공개 만찬에 초대하고, 중국행 항공편과 일정을 지원하며, 미국 전문가의 글을 중국 관련 플랫폼에 싣고, 대학과 싱크탱크를 거쳐 권위 있는 제3자의 목소리를 확보하는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다. 중국의 주장을 중국 대사관이 직접 말하면 선전으로 보이지만, 미국 학자와 전직 관료, 유명 언론인이 같은 주장을 하면 독립적인 분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일전선은 바로 이 ‘제3자의 신뢰’를 빌리는 정치 기술이다.
미국 언론도 억울하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참석과 취재가 잘못은 아니더라도 외국 단체가 비용을 지원한 여행, 비공개 만찬, 광고 및 콘텐츠 제휴, 기고료와 연구비의 출처는 독자에게 공개돼야 한다. 중국에 비판적인 취재가 실제로 제한됐는지, 후원받은 방문 이후 보도의 논조가 달라졌는지, 편집국이 광고와 취재를 엄격히 분리했는지도 언론 스스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언론의 독립은 “우리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선언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따라서 결론은 두 극단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CNN과 뉴욕타임스가 중국 공산당에 장악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공개문건이 입증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반대로 교류와 만찬에 불과하다며 아무 의미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 역시 문건에 기록된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을 외면하는 태도다. CUSEF 사례가 드러낸 것은 미국 언론이 이미 넘어갔다는 증거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언론을 움직이기 위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그들이 노린 것은 기사 한 편이 아니라 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이었고, 통일전선의 진짜 힘은 명령보다 관계와 의제, 접근권을 설계하는 능력에 있었다.
참고문헌
- U.S. Department of Justice,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Frequently Asked Questions, 접속 2026.07.20.
- Brown Lloyd James, Exhibit AB—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 2011.08.30.
- Brown Lloyd James, Supplemental Statement, 2012.01.30.
- Brown Lloyd James, Supplemental Statement, 2014.07.31.
- BLJ Worldwide, Supplemental Statement, 2017.05.26.
- BLJ Worldwide, Supplemental Statement, 2018.10.12.
-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China’s Domestic Information Controls, Global Media Influence, and Cyber Diplomacy, 2017 Annual Report to Congress, 2017.
-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Battling for Overseas Hearts and Minds: China’s United Front and Propaganda Work, 2023.11.14.
- Larry Diamond·Orville Schell 편, Hoover Institution, China’s Influence & American Interests: Promoting Constructive Vigilance, 2018.10.24.
- 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 Our Story·Leadership, 접속 2026.07.20.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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