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중국 관영 언론에 등장한 이재명 대통령의 인터뷰는 한마디로 말해 ‘재미없었다’. 자극적인 발언도, 논쟁적인 표현도 없었고, 새로운 외교 노선을 암시하는 문장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외교에서 재미없음은 무성의가 아니라 의도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의 인터뷰는 언제나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왜 그 말을 하게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인터뷰에서 가장 반복된 표현은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상호 존중’, ‘협력과 안정’이었다. 이는 새로운 약속이 아니라 한국이 1992년 수교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공식 입장의 재확인에 불과하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중국이 이 평이한 문장을 굳이 국영 매체를 통해 전면 노출시켰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적대 진영으로 이동하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동시에 국제사회에 ‘한중 관계는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현재의 국제 환경을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되고, 일본과의 안보 갈등, 유럽과의 기술·통상 마찰까지 겹친 상황에서 중국에게 한국은 충돌을 감수하며 압박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불필요한 긴장 없이 현상 유지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외교적 성과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는 강요도, 조건도, 위협도 없었다.
일부 국내 담론에서 제기되는 ‘굴욕 외교’ 혹은 ‘중국의 다급한 호출’이라는 해석과 달리, 중국 관영 언론의 실제 톤은 매우 관리적이다. 이는 중국이 한국을 끌어당길 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잃을 여유가 없다는 현실 인식에 가깝다. 중국이 진짜 원했던 것은 정치적 충성 서약이 아니라, 한국이 최소한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겠다는 확인이었다.
이번 인터뷰의 또 다른 특징은 말하지 않은 것들이다. 대만 문제에 대한 적극적 협조, 미국과의 거리두기, 특정 안보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이는 한국이 기존 외교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신호이자, 중국 역시 그 선을 넘는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합의로 읽힌다. 다시 말해, 이번 인터뷰는 협상의 결과라기보다 상호 경계선 확인에 가깝다.
결국 이번 중국 관영매체 인터뷰는 외교적 선언문이 아니라 온도계다.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 국면으로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동맹 단계로 진입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뉴스로서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시기에는, 이런 ‘재미없는 외교’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는 큰 말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침묵이기 때문이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