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선거] 박근혜가 움직이자 홍준표가 쏘았고, 유영하가 ‘배신자’로 되받았다
대구시장 선거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겉으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지방선거지만, 실제 무대 위로 올라온 이름들은 따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 그리고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시장을 뽑는 선거가 어느새 보수의 혈통을 가르는 심판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추 후보를 “대구 경제를 살리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압도적 지지를 요청했다. 이미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에 나선 데 이어, 다시 대구 민심의 상징인 서문시장을 찾은 것이다.
이 장면이 단순한 지원 유세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구의 판세 때문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대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0%, 추경호 후보는 41%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이 정도로 맞붙는 그림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등장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흔들리는 보수 표심을 다시 묶기 위한 마지막 동원령처럼 읽힌다.
문제는 여기서 홍준표 전 시장이 끼어들며 폭발했다. 홍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운 투표가 대구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만들 뿐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김부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진영을 넘어 대구의 미래 100년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식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배신이 아니라 선택이고, 진영 이탈이 아니라 미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안에서 그 말이 그렇게 곱게 들릴 리는 없었다.
가장 날카롭게 반격한 인물은 유영하 의원이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홍 전 시장을 향해 “참 가지가지 한다”고 받아쳤고, “먹던 우물에 가래침을 뱉어놓고 떠난 것”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어 “역사는 배신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우리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고 있다”며 “보수에서 더 이상 홍 전 시장이 설 땅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선거의 언어는 정책의 언어가 아니라 응징의 언어로 바뀐다.
이 장면의 아이러니는 너무 짙다. 한때 보수의 본진에서 함께 손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배신자라 부른다. 홍준표는 박근혜식 감성 동원을 낡은 정치라고 공격하고, 유영하는 홍준표의 김부겸 지지를 보수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한다. 대구의 미래를 말하던 선거는 순식간에 “누가 진짜 보수인가”, “누가 우물을 더럽혔는가”, “누가 떠났고 누가 남았는가”를 묻는 과거 청산극이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침묵과 존재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길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 골목에 서는 것만으로도 선거 구도를 바꾼다. 2017년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대구 보수층에게 특별한 정서를 불러낸다. MBC는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현장 유세에 나섰다고 보도했고, 김부겸 후보 측은 이를 “보수 결집” 전략으로 비판했다.
결국 이번 충돌은 추경호 후보에게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보수 결집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구시장 선거를 경제와 행정의 경쟁이 아니라 박근혜를 둘러싼 감정 선거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 추경호가 말해야 할 것은 대구 경제인데, 유권자의 귀에는 박근혜, 홍준표, 유영하의 이름이 더 크게 들린다. 선거판에서 지원군이 너무 강하면, 후보는 오히려 배경이 된다.
홍준표 전 시장에게도 이 싸움은 쉽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의 낡은 틀을 넘어선 현실주의자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대구 보수층 일부에게 그의 김부겸 지지는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감정적 이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움직인 상황에서 홍준표가 그 행보를 비판한 것은, 단순한 선거 논평이 아니라 친박 정서의 급소를 건드린 셈이다.
유영하 의원의 반격은 그래서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 정치의 마지막 방어선에서 나온 선언문에 가깝다. “보수에서 더 이상 설 땅은 없다”는 말은 상대를 비판하는 문장이 아니라, 보수라는 성문 밖으로 밀어내는 추방의 언어다. 지방선거 막판 대구에서 벌어진 이 충돌은 대구시장 한 자리를 넘어, 보수 내부의 기억과 원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거는 미래를 고르는 절차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대구의 이번 선거는 미래를 말할수록 과거가 더 크게 소환되는 기묘한 장면을 보여준다. 박근혜가 시장 골목에 서자 홍준표가 비판했고, 홍준표가 비판하자 유영하가 배신자를 말했다. 시민은 시장을 뽑으러 가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를 심판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 대구 선거판의 가장 장중한 아이러니다.
참고문헌
연합뉴스, 「박근혜, 서문시장서 추경호 지원 유세…‘대구 경제 살릴 적임자’」, 2026년 5월 31일.
뉴스1/다음, 「홍준표 ‘박근혜 내세운 투표, 대구 미래 더 암담’→ 유영하 ‘참 가지가지’」, 2026년 5월 31일.
MBC, 「[MBC여론조사] 대구시장, 김부겸 40% vs 추경호 41%…오차범위 내 경합」, 2026년 5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 박근혜, 추경호 지원…김부겸 ‘보수 결집만 외쳐’」, 2026년 5월 23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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