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침묵” ― 비극은 사고였는가, 질문은 왜 사라졌는가
[논평]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 파견됐던 경찰 과학수사 인력 중 17.6%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분류군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사고 처리’로 정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장을 직접 목도한 이들이 겪은 심리적 손상은, 참사의 강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그다음 단계에서 멈춰 있다. 이 사건은 항공사 사고인가, 공항 참사인가, 아니면 구조적 복합 재난인가. 질문은 자연스럽지만, 공론장에서 이 질문은 빠르게 사라졌다. 특히 진보 성향 언론마저 신중을 넘어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음모론의 문제가 아니라 공론 형성의 문제다.
국제 항공사고 조사 관행을 보면, 사고 원인은 단선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항공기 결함, 조종 판단, 관제 시스템, 공항 인프라, 기상 대응, 매뉴얼 준수 여부가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에서 조사된다. 해외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원인을 특정하지 말라”는 원칙이 반복 강조된다. 이는 의혹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무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항 운영 주체, 항공사, 관제 체계, 지방 공항의 구조적 한계가 모두 검증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치 세력이나 지역을 겨냥한 인과 단정은 경계돼야 한다. 그러나 질문 자체를 봉쇄하는 분위기 또한 건강하지 않다. 질문과 단정은 다르다. 질문은 민주주의의 호흡이고, 단정은 판단의 종결이다.
전남 무안 지역 주민과 피해자 가족의 상처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사고 자체의 상실이고, 다른 하나는 “잊혀질 수 있다”는 공포다. 재난이 정치적 부담이나 사회적 피로 속에서 조용히 정리될 때, 피해자는 애도 이전에 고립을 경험한다. 해외 대형 항공 참사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조사의 투명성과 장기적 심리지원이다. 단기 보상으로 상흔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최근 통과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규제법’과의 관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제기되는 질문들—공항 구조의 적절성, 조사 과정의 투명성, 대응 매뉴얼의 적합성—은 사실 단정이 아니라 검증 요구다. 국제 기준상, 공익적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의문 제시는 허위정보가 아니다. 만약 이러한 질문조차 법적 위험의 대상이 된다면, 그 순간부터 재난은 사회적 침묵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가 된다.
지금 사회의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조심스러움이 곧 침묵이어서는 안 된다. 과학수사 인력이 PTSD를 겪을 정도의 참사였다면, 사회 역시 일정한 집단적 질문과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진실 규명은 상처를 후벼 파는 행위가 아니라, 상흔이 곪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소독이다.
무안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았기에, 질문은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를 위하는 길이고, 다음 참사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무안국제공항 참사 및 과학수사관 PTSD 관련 보도
–ICAO, Aircraft Accident and Incident Investigation Manual
–WHO, Disaster Mental Health Guidelines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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