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역풍] 김성태는 입을 닫았고, 윤상현은 800만 달러를 다시 꺼냈다
청문회장은 원래 진실을 밝히는 장소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청문회는 종종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은 결론에 증언을 끼워 맞추는 무대가 된다. 이번 쌍방울 대북송금 청문회도 그 위험한 경계 위에 서 있었다. 겉으로 내건 명분은 검찰 수사의 조작 여부였다. 박상용 검사, 강백신 검사 등 수사 검사들이 과연 회유와 압박으로 사건을 만들었느냐는 프레임이었다. 하지만 윤상현 의원이 질의에 들어가자 청문회의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조작 의혹을 따지겠다던 자리에서 다시 본론이 튀어나온 것이다. 쌍방울의 800만 달러는 왜 북한으로 갔는가. 그 돈은 누구의 필요를 대신한 것인가. 그리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정말 몰랐는가.
윤상현 의원의 추궁은 단순했다.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합쳐 800만 달러라는 것이 사건의 뼈대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핵심은 돈의 액수가 아니다. 돈의 성격이다. 민간기업 쌍방울이 왜 경기도가 추진하던 대북사업 비용을 대신 부담했느냐는 질문이다. 기업이 갑자기 한반도 평화의 사도가 된 것인가. 아니면 정치권력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인가. 윤 의원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쌍방울이 대북송금을 통해 기업 가치를 띄우고, 주가를 부양하고, 장차 이재명 지사가 더 큰 권력자가 되었을 때 정책적 후원자 또는 수혜자로 자리 잡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그 질문 앞에서 입을 닫았다. 답변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재판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가장 답답한 말이다. 청문회에 나왔지만 답변은 못 한다. 국민 앞에 섰지만 핵심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청문회장은 묘한 풍경이 된다. 질문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달려들고, 증인은 상자 앞에서 “현재 재판 중”이라는 자물쇠를 반복해서 채운다. 그 순간 국민이 보는 장면은 하나다. 누군가는 묻고 있는데, 누군가는 피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강하게 몰아붙인 대목은 이재명 당시 지사의 인지 여부였다. 이 사건이 단순한 기업인의 대북사업 일탈인지, 아니면 경기도 대북사업과 정치권력의 이해가 얽힌 사건인지가 여기서 갈린다. 윤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고리로 삼았다.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총괄하던 인물이 쌍방울과 북한 사이를 오가며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였다면 당시 도지사가 몰랐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더구나 경기도가 주최한 아태평화 국제학술대회, 북한 인사들과의 접촉, 국정원 자료, 그리고 과거 이재명 지사의 유튜브 발언까지 언급되면 의문은 더 커진다.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다른 데 협력을 받아 돈을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실제 맥락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이 부분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폭발성이 크다.
이 청문회의 묘미는, 검찰 조작 프레임을 세우려던 자리가 오히려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이다. 윤상현 의원은 박상용·강백신 검사 등의 수사를 조작이 아니라 ‘파사현정’으로 규정했다. 삿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물론 이 표현은 정치적 수사다. 그러나 그가 겨냥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대북송금의 실체를 캐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검찰이 증인을 압박했고, 진술을 꿰맞췄고, 정치적 기소를 했다는 프레임을 밀고 있다. 한쪽은 “검찰 조작”을 말하고, 다른 한쪽은 “대북송금 실체”를 말한다. 같은 사건을 두고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영화가 상영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풍자적인 장면이 나온다. 청문회가 진짜 검찰 조작을 입증하려면, 김성태 전 회장에게서 명확한 반대 진술이 나와야 한다. “그 돈은 그런 목적이 아니었다”, “이재명 지사와 관련이 없었다”, “검찰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식의 단호한 답변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장면은 달랐다. 핵심 질문마다 “재판 중”이라는 방패가 등장했다. 그러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조작 프레임을 입증하러 부른 증인이 왜 조작을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가. 청문회가 검찰을 공격하려던 칼을 들었는데, 칼끝이 다시 사건의 본질을 향해 돌아간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정치 청문회의 가장 큰 약점은 언제나 선택적 분노다. 내 편에게 불리한 진술은 조작이고, 내 편에게 유리한 진술은 양심선언이 된다. 내 편을 수사하면 정치검찰이고, 상대편을 수사하면 정의 구현이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쪽에서는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한 것은 더 단순하다. 800만 달러는 실제로 북한에 갔는가. 그 돈의 명목은 무엇이었는가. 경기도 사업과 연결됐는가. 이화영은 누구에게 보고했는가. 이재명 당시 지사는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가. 이 다섯 질문을 피해 가면 아무리 큰 소리로 “검찰 조작”을 외쳐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장면은 남았다. 윤상현은 숫자를 꺼냈고, 김성태는 침묵을 택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고성을 질렀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전쟁은 더 커졌다. 하지만 정작 국민에게 남은 것은 복잡한 법률 공방보다 훨씬 간단한 감각이다. 돈이 갔다. 북한이 등장했다. 경기도가 있었다. 쌍방울이 있었다. 이화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계속 떠오른다.
이 사건이 진짜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대북사업, 민간기업의 자금, 주가 부양 의혹, 방북 추진,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검찰 수사 조작 논란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와 자본시장, 정치권력이 한 사건 안에서 동시에 흔들린다. 그래서 이 청문회는 검찰을 때리려는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질문을 남겼다. 검찰이 사건을 만든 것인가. 아니면 정치가 사건을 덮으려는 것인가.
풍자의 결론은 씁쓸하다. 청문회장은 진실의 법정이 아니라 각본의 무대가 되기 쉽다. 그런데 이번에는 각본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조작을 말하려던 무대에서 800만 달러가 다시 걸어 나왔다. 김성태의 침묵은 방어였을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또 다른 질문이 되었다. 답하지 않는 증언도 때로는 말보다 크게 들린다. 그리고 지금 국민이 듣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침묵의 소리다.
참고문헌
- 뉴시스, 「국조특위, 김성태 출석 청문회 공방…與 ‘검찰 압박 수사’ 野 ‘대북송금 실체’」, 2026.4.28.
→ 청문회에서 여야가 검찰 조작 의혹과 대북송금 실체를 두고 충돌했다는 당일 보도. 윤상현 의원의 800만 달러·대북제재 위반 주장도 포함. - 문화일보, 「김성태 청문회 출석… ‘그분께 누가 돼 죄송’ 울먹」, 2026.4.28.
→ 윤상현 의원이 경기도·이재명 당시 지사를 위한 800만 달러 대납 여부를 질의했고, 김성태 전 회장이 “재판 중이라 답변하지 못한다”고 한 대목 확인용. - 허프포스트코리아,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국회 증언 ‘그 분께 누가 돼 죄송’」, 2026.4.28.
→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답한 점, 재판 중이라 핵심 질의에 답변을 피한 점, 검찰 압박 수사 관련 증언을 정리한 보도. - 경향신문, 「‘대북 송금’ 이화영 유죄 확정…대법 ‘이재명 당시 지사 방북 비용’ 판단 유지」, 2025.6.5.
→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유지했고, 재판부가 800만 달러 중 일부를 스마트팜 비용과 방북 비용으로 판단했다는 판결 맥락 확인용. - 뉴스타파, 「김성태 공범 안부수 판결문엔 ‘쌍방울 주가 띄우려 대북 송금’」, 2024.6.10.
→ 쌍방울 대북송금의 목적을 둘러싼 판결문·주가 부양 의혹·방북 비용 판단 등 배경 정리용. - 뉴스타파, 「[쌍방울 내부자 폭로] 대북사업 핵심 임원 ‘이재명 방북…’」, 2024.7.2.
→ 쌍방울 내부 대북사업 문건, 스마트팜 대납 의혹, 중국을 통한 자금 전달 정황 등 과거 수사 배경 보완용. - 도민일보, 「여야, ‘대북송금 의혹’ 청문회서 정면 충돌… ‘조작수사’ vs ‘대북송금 대납’」, 2026.4.28.
→ 윤상현 의원의 “스마트팜 500만 달러 + 방북비 300만 달러” 주장과 김성태 전 회장의 부인·회피 답변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보도.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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