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 유죄… ‘중독은 네 탓’이라던 빅테크 방패, 법정에서 처음 금 갔다
미국 배심원이 마침내 칼끝을 플랫폼으로 돌렸다.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은 3월 25일 메타와 구글에 대해, 청소년 이용자를 붙잡아 두는 중독적 설계와 경고 부족이 실제 피해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평결은 9일간, 40시간이 넘는 숙의 끝에 나왔고, 원고에게 총 6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가운데 메타가 70%, 구글이 30%를 부담하며, 배상금은 보상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로 나뉜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액수에 있지 않다. 600만 달러는 메타나 구글 같은 기업에겐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판결은 훨씬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법원이 아니라 배심원이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해로울 수 있다”는 논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이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을 둘러싼 수천 건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고 전했다. 즉 이번 평결은 손해배상 1건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집단소송과 규제 전쟁의 신호탄에 가깝다.
배심원단은 특히 메타의 인스타그램 설계와 운영에 과실이 있다고 봤고, 메타와 구글 모두 소비자에게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어린 나이에 플랫폼에 중독되며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그 피해와 플랫폼 구조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빅테크가 그동안 “우리는 단지 사람들이 올린 콘텐츠를 보여줄 뿐”이라고 방어해 온 틀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번 평결은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의 제품 설계와 운영 방식이 소송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여기서 가장 떨고 있을 것은 메타와 구글만이 아니다. 틱톡, 스냅, 기타 플랫폼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이번 평결이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 이른바 플랫폼 면책 방패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둘러싼 더 큰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핵심은 이거다. 사용자 게시물은 보호될 수 있어도, 무한 스크롤·추천 알고리즘·푸시 알림 같은 중독 유발 설계까지 같은 보호막 아래 둘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번 배심 평결은 그 질문에 처음으로 불편한 답을 던졌다.
메타와 구글은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 방침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승부가 여기서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중요한 선은 넘어섰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힘든 건 사회 전체 문제”라는 식으로 플랫폼 책임이 흐려졌다면, 이제는 “그 힘듦을 더 오래 붙잡아 두도록 설계한 건 누구냐”는 질문이 법정에서 정면으로 던져지고 있다. 이 변화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
결국 이번 판결은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오래된 신화를 무너뜨린다. 중독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기업이 더 오래 머물게 하려고 정교하게 다듬은 제품 구조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항소심에서 결과가 일부 뒤집힐 수도 있고, 배상 규모는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26년 3월 25일 로스앤젤레스 법정에서, 미국의 한 배심원단은 이렇게 말한 셈이다. “아이들을 붙잡아 둔 건 실수 아니라 설계였다.” 그리고 이 한 문장이, 앞으로 빅테크를 괴롭힐 가장 비싼 청구서가 될지 모른다.
참고문헌
- Reuters, Meta, Google lose US case over social media harm to kids, 2026-03-25.
- Reuters, What did jury decide in social media case against Meta and Google?, 2026-03-25.
- Reuters, US jury verdicts against Meta, Google tee up fight over tech liability shield, 2026-03-26.
- Reuters, What comes next after the social media trial verdicts?, 2026-03-25.
- ABC News Australia, Meta and Google found liable in landmark social media addiction lawsuit, 2026-03-26.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