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통화 붕괴가 불러온 거리의 분노—사흘째 확산되는 시위

[해설•논평]

중동의 화약고로 불려온 이란이 이번에는 미사일도, 외교 충돌도 아닌 통화 붕괴로 흔들리고 있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직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사흘째 확산 중이다. 분노의 기폭제는 숫자 하나였다. 환율. 그리고 그 숫자가 곧 삶의 붕괴로 직결되는 현실이다.

리알화 폭락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었다. 장기화된 제재, 만성적 인플레이션, 정부의 통화 관리 실패가 겹치며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환율 시장에서 리알화는 더 이상 ‘화폐’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손해가 되는 종이에 가깝다. 빵값, 연료비, 전기료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

이번 시위의 특징은 명확하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생활 자체에 대한 절규라는 점이다. “정치는 나중 문제다”라는 구호가 등장할 정도로, 거리의 분노는 이념보다 생존에 가깝다. 이는 체제 비판보다 훨씬 위험한 신호다. 정권은 반대파를 탄압할 수 있지만, 생활고로 분노한 다수는 통제하기 어렵다.



정권의 대응은 늘 그래왔듯 강경하다. 집회 통제, 인터넷 제한, 외신 차단. 그러나 이런 조치는 통화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시장은 더 불안해지고, 불안은 다시 환율로 반영된다. 통화 붕괴 → 시위 → 통제 → 신뢰 상실 → 추가 붕괴, 이 악순환의 고리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반복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재 완화는 국제 정치 변수에 묶여 있고, 내부 개혁은 체제의 자기부정을 요구한다. 남은 선택지는 단기적 보조금, 임시 처방뿐인데,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거리의 시위대가 “오늘은 환율, 내일은 빵값”을 외치는 이유다.

이란의 거리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다. 그것은 통화가 무너질 때 국가 신뢰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실시간 경고다.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전쟁은 이미 시작될 수 있다. 이번 시위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리알화가 회복되지 않는 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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