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의 심장부를 점령한 원주민 여성의 춤… 타임스스퀘어, 잠시나마 치유의 광장이 되다
광고와 자본, 속도와 소음의 상징인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 들어섰다. 번쩍이는 브랜드 로고 대신, 원주민 여성의 춤이 거대한 전광판을 채웠다. 제프리 깁슨의 영상작품 She Never Dances Alone은 징글 드레스 댄스를 만화경처럼 분열·확장시키며, 한 명의 무용수를 수많은 여성의 집단적 존재처럼 보이게 만든다. 소비의 성지로 불리던 공간이, 이 순간만큼은 기억과 치유, 그리고 여성적 힘을 호명하는 의식의 장으로 뒤집힌 셈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원주민 여성 공동체가 있다. 타임스스퀘어 아츠는 이 작업을 “원주민 모계 질서에 대한 기념”으로 설명했고, 영상은 징글 드레스 댄스를 통해 조상에게 힘과 치유, 보호를 청하는 전통을 현대 도시 스크린 위로 끌어올렸다. 화면 속에서 무용수 사라 오르테곤의 몸은 반복되고 증식되며, 마치 수많은 여성들이 함께 타임스스퀘어를 가로질러 춤추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그것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워졌던 존재들이 도시의 가장 큰 화면을 되찾는 장면에 가깝다.
더 날카로운 건 작품의 메시지다. 깁슨은 이 작업이 “원주민 여성의 중요성과 힘에 주목하기 위한 것”이며, 역사적으로 많은 부족 공동체가 모계적이었지만 가부장적 체제로의 강제 적응이 공동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종·살해된 원주민 여성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이 작품이 단지 한 명의 무용수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대표하는 “많은 여성들”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예쁜 문화 장식물이 아니다. 오히려 보지 않으려 했던 폭력과 상실을 초대형 스크린 위에 다시 적어 넣는 시각적 반격이다.
작품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장소 때문이다. 타임스스퀘어는 늘 누군가의 상품과 메시지가 돈을 내고 점유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She Never Dances Alone은 그 자리를 잠시 빌려, 광고가 아닌 조상과 여성, 공동체와 치유를 말한다. 상업 영상이 초 단위 주목 경쟁을 벌이는 곳에서, 깁슨은 느리고 반복적인 춤의 리듬으로 다른 시간대를 열어젖힌다. 자본이 지배하는 도시의 표면 위에 원주민 여성의 존재를 새기는 이 장면은, 문화행사라기보다 공간 정치의 전복처럼 읽힌다.
결국 이 작품의 진짜 아름다움은 색채나 형식만이 아니다.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서 “우리는 여기 있다”고 말하는 방식 자체가 작품의 핵심이다. 한 명의 춤이 여러 화면으로 복제되는 순간, 그것은 개인의 몸을 넘어 집단의 기억으로 바뀐다. 광고판의 도시가 잠시 제단이 되고, 네온이 기도의 배경이 된다. 그래서 She Never Dances Alone은 제목과 달리, 결코 혼자 추는 춤이 아니다. 그것은 원주민 여성들의 힘, 상처, 생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호출을 함께 품은 집단의 춤이다.
참고문헌
- Times Square Alliance, Jeffrey Gibson — She Never Dances Alone.
- Times Square Alliance, Times Square Arts Presents Jeffrey Gibson’s She Never Dances Alone for March Midnight Moment.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