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200만 달러 통행료 쇼크’에 전기·석유 아끼라던 이재명 정부… 위기관리인가, 서민 압박인가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세계 경제의 멱살을 잡았다. 이란이 미국의 공습 이후 사실상 장악력을 높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료를 걷는 방안을 밀어붙이자, 서울의 공기는 곧바로 무거워졌다. 아직 법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배 한 척 지나가려면 200만달러”라는 숫자 자체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선, 이 숫자 하나가 기름값과 전기료, 물가와 금리, 민심과 정권의 온도까지 끌어올린다.
이재명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주문했고, 공공기관 차량 사용 절제까지 꺼내 들었다. 동시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고, 연료 가격 상한도 조정하며, 석탄발전 상한을 풀고 원전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대책을 내놨다. 겉으로 보면 “비상 대응”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건 훨씬 단순하다. “왜 또 아끼라 하나”, “전쟁은 중동에서 났는데 왜 허리띠는 한국 서민이 졸라매야 하나”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에 유리함과 불리함을 동시에 안기는 이중 칼날이다. 유리한 쪽부터 보자. 대외 충격이 분명할수록 정부는 “우리가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외부 파고를 관리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얻는다. 유류세 추가 인하, 전기요금 동결, 긴급 시장안정 조치 같은 패키지는 위기대응 리더십을 과시할 기회가 된다. 특히 실제 공급 차질이 심화하지 않는데도 선제 대응으로 가격 급등을 막아내면, 정부는 “공포를 관리한 정권”이라는 점수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불리한 쪽은 더 잔인하다. 정권이 “절약”을 말하는 순간, 국민은 “결국 우리 보고 버티라는 얘기냐”고 듣는다. 공공부문 차량부터 줄이겠다는 말은 상징적으로는 맞지만, 민생 체감에서는 늘 부족하다. 기름값이 오르고 생필품 운송비가 뛰고, 산업용 전력 압박이 커지면 제조업과 자영업, 물류와 석유화학 업종의 불만이 쌓인다. 정부가 전기요금은 당장 안 올리겠다고 해도, 한국전력의 구조적 적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늘의 동결이 내일의 인상 압력으로 돌아오면, 여권은 “지금 아끼라더니 나중엔 더 걷는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메시지다. 대통령이 위기 때 절약을 말하는 건 틀리지 않다. 그러나 한국 유권자는 ‘절전 캠페인’보다 ‘가격 방어 능력’을 먼저 본다. “아껴라”는 말은 도덕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자칫 무능의 번역본처럼 들린다. 정권이 이 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민에게 절약을 요청하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 왜 한국이 이렇게 취약한지, 어떻게 단기 충격을 흡수할지, 누가 가장 먼저 보호받을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위기는 외교안보 뉴스가 아니라 생활비 분노로 번질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의 통행료 논란은 단지 중동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가 되고, 아파트 전기요금 고지서가 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그래프가 된다. 이재명 정부에 이번 사태는 분명한 시험지다. 위기관리 정부로 보일 수도 있고, 국민에게 절약만 설교하는 정부로 남을 수도 있다. 유리한 카드가 되려면, “아껴라”보다 “막아냈다”는 결과를 먼저 내놔야 한다. 중동의 파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정권을 흔드는 건 언제나 파도보다 체감 물가다.
참고문헌
• Reuters, “Iran says non-hostile ships can transit Strait of Hormuz,” March 24, 2026.
• Reuters, “Iran considers levying transit fees on ships in Hormuz Strait,” March 19, 2026.
• Reuters, “South Korea’s Lee calls for energy saving campaign including curbs on cars,” March 24, 2026.
• Reuters, “South Korea to raise fuel price cap but expand tax break to cushion blow from Iran conflict,” March 26, 2026.
• Yonhap, “Lee urges cooperation on energy-saving efforts, pledging no electricity bill hikes for now,” March 26, 2026.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