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 “이스라엘 감옥에서 성적 학대”…BBC 보도가 묻는 전쟁과 인권의 경계
[논평] 전쟁은 늘 전장을 넘어선다.
총성과 폭격이 멈춘 뒤에도, 인간의 존엄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계속해서 훼손된다. 최근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한 BBC 보도는 그 불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구금 과정과 수감 생활 중 성적 모욕과 신체적 학대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조사와 통제라는 이름 아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혐의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 증언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전쟁 상황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존재하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오랜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안보’라는 명분은 점점 더 넓은 영역을 잠식한다. 감옥은 범죄자를 수용하는 공간에서, 적을 관리하는 또 하나의 전장으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인권은 부차적 문제로 밀려나고, 폭력은 체계 속에 숨는다.
성적 학대 의혹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물리적 폭력을 넘어, 인간의 존엄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범죄 논의에서 가장 민감하고, 동시에 가장 은폐되기 쉬운 영역이다. 피해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국가와 제도는 안보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태도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인권 침해는 수십 년간 반복돼 왔지만, 그때마다 세계는 선택적으로 분노해 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떤 고통은 증폭되고, 어떤 고통은 무시된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면, 적용 역시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권은 원칙이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다.
이번 증언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개별 사건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전쟁 상황에서 사법 절차는 얼마나 투명한가, 구금 시설은 누구의 감시를 받고 있는가, 그리고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한, 전쟁은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생산할 것이다.
전쟁은 적을 구분하지만, 인권은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감옥이 전장이 되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중요한 선을 넘어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성에 대한 재확인이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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