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늘 자신을 계산보다 감각이 빠른 지도자로 포장해 왔다. 복잡한 브리핑보다 직감, 동맹의 조율보다 압박, 장기 설계보다 즉각적 충격. 문제는 선거 캠페인에서는 통할 수 있는 그 본능 정치가 전쟁에서는 전혀 다른 값을 치르게 만든다는 점이다. BBC 국제문제 에디터 제러미 보언이 짚은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 전쟁 한 달, 트럼프는 여전히 “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외신들이 전하는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출구는 흐리고, 목표는 흔들리고, 전장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전쟁은 본능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본능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
로이터와 AP 보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 달 동안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 약화, 농축우라늄 문제 통제, 호르무즈 해협 안정, 동맹 보호 같은 목표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그 목표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미완이다. AP는 트럼프가 “곧 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도 핵심 과업들이 여전히 정의되지 않았거나 달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로이터는 트럼프 앞에 남은 것은 쉬운 승리가 아니라 “어려운 선택들”이라고 정리했다. 강한 말은 많았지만, 정작 그 말들이 어떤 정치적·군사적 종착점으로 이어지는지는 점점 더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전쟁이 트럼프의 뜻대로 단순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로이터는 3월 28일 후티가 처음으로 이 전쟁에 직접 뛰어들어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에 나섰고, 미 해병 전력이 지역에 추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후티의 참전이 글로벌 무역과 역내 안정을 더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처음에는 이란을 압박하면 끝날 것처럼 말하던 전쟁이, 이제는 호르무즈 해협·홍해·예멘·레바논까지 연결된 다층 충돌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본능적 지도자는 적을 세게 때리는 장면을 만들 수는 있어도, 전쟁이 주변 전선을 타고 번져나갈 때 그것을 어떻게 봉합할지에 대한 답은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과도 기대만큼 명확하지 않다. 가디언이 전한 로이터발 미 정보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한 달간의 작전으로도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 가운데 약 3분의 1 정도만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타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고, 일부 전력은 지하 시설에 숨겨져 정확한 손실 판단조차 어렵다. 트럼프가 즐겨 쓰는 “거의 끝났다”식 언어는 이런 전황 앞에서 점점 정치적 자기최면처럼 들린다. 전쟁에서 낙관은 전략의 일부일 수 있지만, 현실을 덮는 낙관은 오판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제러미 보언의 지적은 단순한 트럼프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개인의 감각과 강한 캐릭터로 다룰 수 있다고 믿는 정치 스타일 전체에 대한 경고다. 외교는 충동으로도 버틸 수 있지만, 전쟁은 충동이 길어질수록 피와 돈과 동맹과 시장이 동시에 흔들린다. 트럼프식 본능 정치는 시작의 에너지는 있을지 몰라도, 출구의 설계도는 빈약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드러난 것은 미국의 압도적 통제력이 아니라, 목표가 자꾸 흔들리고 전선은 늘어나며 메시지는 오락가락하는 지도력의 한계다. 결국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의 저항만이 아니다. 지도자가 자신의 직감을 전략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이다.
참고문헌
- AOL syndicated BBC item, Trump is waging war based on instinct and it isn’t working, 2026년 3월 29일.
- Reuters, One month into Iran war, only hard choices for Trump, 2026년 3월 28일.
- AP, One month into Iran war, some Trump objectives are unfulfilled as he looks to wind down the conflict, 2026년 3월 28일.
- Reuters, Yemen’s Houthis enter Iran war with attacks on Israel, while US Marines arrive in region, 2026년 3월 28일.
- Washington Post, Iranian-backed Houthis in Yemen attack Israel for first time in war, 2026년 3월 28일.
- The Guardian, US has destroyed only a third of Iran’s missiles, intelligence suggests, 2026년 3월 28일.
- Los Angeles Times, Trump’s conflicting messages sow confusion over the Iran war, 2026년 3월 29일.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