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버리고 2030 윤어게인은 품는다? 오세훈·한동훈이 보여주는 보수 변신 정치의 민낯
보수 정치권의 최근 풍경은 이상할 만큼 빠르게 변한다. 어제까지 한 정치인의 핵심 동지였던 사람이 오늘은 “결별해야 할 대상”이 되고, 동시에 그를 지지했던 세력은 “함께 가야 할 국민”으로 재분류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선을 긋고, 윤어게인 지지층은 품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메시지는 이 복잡한 계산을 가장 잘 보여준다.
오 시장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규정하면서도, 국민이 보수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며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등과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보수 재건론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읽으면 2030년 대선을 향한 ‘집토끼와 들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전략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은 정치적 부담이 되니 거리를 두되, 그를 지지했던 강한 결집층은 미래의 표밭으로 남겨두겠다는 계산이다. 책임은 특정 개인에게 몰아주고, 그 개인을 만든 정치적 분위기와 지지 동력은 흡수하겠다는 방식이다. 이는 성찰이라기보다 선거공학에 가깝다.
보수 재건은 단순히 인물 교체나 연대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엄 논란과 탄핵 정국, 강성 지지층 정치, 당내 배신과 제명 공방이 왜 반복됐는지에 대한 정직한 진단이 먼저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보수권에서는 원인에 대한 성찰보다, 어느 지지층을 버리고 어느 지지층을 잡아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장면이 더 많이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와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갈등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장 대표의 단식, 한 전 대표의 사과, 제명과 복당을 둘러싼 공방은 겉으로는 당내 노선 갈등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가 보는 것은 정책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먼저 ‘도덕적 우위’의 장면을 선점하느냐는 이미지 경쟁이다.
조문 논란도 그래서 더 민감하다. 가족의 큰 상을 당한 정치인에게 조문을 가는 일은 원칙적으로 인간적 도리의 영역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계가 이미 극단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는 어떤 조문도 정치적 의미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사전 연락 여부, 현장 취재, 보도 확산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왔다면, 문제는 조문 자체보다 정치권이 타인의 비극조차 해석과 연출의 대상으로 만드는 문화에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장동혁 대표의 단식 국면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는 각자 평가할 문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상대를 인간성이 없는 사람처럼 규정하거나, 조문을 곧바로 악의적 연출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왜 국민에게 진심보다 계산으로 읽히게 됐는가다.
오세훈 시장은 윤석열과 윤어게인을 분리하려 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과의 결별 이후 독자적 정치 공간을 넓히려 하고, 장동혁 대표는 강성 지지층과 당내 주도권을 붙잡으려 한다. 서로의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모두가 보수의 가치보다 보수 유권자의 재배치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사회가 위기에 빠질수록 유권자는 더 민감해진다.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묻는다. 계엄을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계엄을 지지한 정치적 동력은 흡수하겠다는 태도, 갈등을 비판하면서도 갈등의 장면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태도는 결국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보수의 위기는 윤석열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권력에 붙을 때는 원칙을 말하고, 불리해지면 거리 두기를 하며, 선거가 다가오면 다시 지지층을 계산하는 정치 문화 자체가 위기의 본질이다. 오세훈과 한동훈, 장동혁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듯 보여도 국민이 보기에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과연 이들은 보수를 바꾸려는가, 아니면 다음 선거를 위해 보수의 조각들을 다시 조립하려는가.
그런데 보수 잠룡들이 정말 외면하고 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서 시작돼 한때 수만 명까지 모였던 재선거 요구 집회다. 초기 현장에는 20·30대가 적지 않았고, 이들은 선거 결과 전체를 부정한다기보다 투표용지 부족과 절차 혼선이 참정권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일부 청년층은 이른바 ‘부정선거론’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선거관리 시스템의 실패에 대해선 국가가 더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장동혁 대표가 진심으로 보수 재건과 2030의 신뢰 회복을 말한다면, 이 목소리를 단순한 거리의 소음처럼 넘길 수는 없다. 청년들이 요구한 것은 특정 정치인의 복귀나 강성 지지층의 구호가 아니라, 투표권이 침해됐다는 의심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윤석열과 윤어게인을 어떻게 분리할지, 누가 누구와 손을 잡을지, 차기 대권의 표밭을 어떻게 재배치할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 뻔뻔하게 읽힌다.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이 실제로 광장으로 터져 나왔고, 2030이 ‘재선거’라는 거친 요구까지 외쳤다면 정치권은 최소한 왜 그런 요구가 나왔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재선거를 곧바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부정선거”라는 낙인만 피하고, 참정권 침해와 선거 관리 실패의 책임은 외면하는 태도 역시 답이 될 수 없다. 올림픽공원의 메아리는 결국 하나다. 보수를 다시 세우겠다는 정치인들이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지지층의 숫자가 아니라 선거와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는 요구다.
참고문헌
- 한겨레, 「일본 언론에…오세훈 시장 ‘윤석열 지지세력과 관계 유지’」, 2026년 7월 4일.
- 연합뉴스TV, 「오세훈 “보수 향한 국민 기대 여전히 존재…한동훈·이준석 등과도 힘 합쳐야”」, 2026년 7월 4일.
- 연합뉴스, 「장동혁, 한동훈 제명 후폭풍 속 ‘무기한 단식’…승부수 통할까」, 2026년 1월 15일.
- 연합뉴스TV, 「한동훈 ‘송구한 마음’…장동혁 단식 중 사과」, 2026년 1월 19일.
- YTN, 「한동훈 ‘장동혁, 노이즈로 연명’…징계 예고 비판」, 2026년 7월 1일.
- 연합뉴스, 「한동훈 ‘장동혁 미국 방문, 잘못된 일정…안타깝다’」, 2026년 4월 20일.
- 연합뉴스, 「잠실 떠나 홍대로 옮긴 2030…‘부정선거’에 선긋고 ‘재선거’ 외쳐」, 2026년 6월 20일.
- 올림픽공원 집회 초기 2030 참여와 일부 청년층의 재선거 요구, 부정선거론과의 거리두기 맥락.
- 뉴시스, 「개표소 시위 주도 2030 “참정권·공정성 훼손 절차에 분노”」, 2026년 6월 8일. 청년 참가자들이 참정권 침해와 절차 공정성을 핵심 문제로 제기한 내용.
- YTN, 「‘재선거’ 외친 2030…한때 3만여 명 운집한 올림픽공원 상황」, 2026년 6월 7일. 당시 현장 규모와 재선거 요구 시위 상황.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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