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회유 의혹] 이화영 술파티 의혹의 급소는 소주가 아니라 설주완이었다
검찰청에서 술을 마셨느냐는 논란보다 더 결정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그날 조사실에 변호인이 있었는가. 설주완 변호사의 입회 정황은 이화영 측 ‘회유 프레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른바 ‘검찰청 술파티’ 의혹은 처음부터 자극적이었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피의자가 술을 마셨고, 그 자리에서 진술 회유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대중에게 강렬한 장면을 남긴다. 복잡한 대북송금 자금 흐름이나 법정 진술보다 “검찰이 술 먹이며 말을 맞췄다”는 이미지는 훨씬 쉽고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이 의혹은 단순한 절차 논란이 아니라,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전체를 흔드는 정치적 무기가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급소는 소주 4병 그 자체가 아니다. 더 결정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그날 조사실에 변호인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변호인이 바로 설주완 변호사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의 문제 제기는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검찰청 안에서 술과 외부 음식이 제공됐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조사실은 사실상 통제되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 피의자와 검찰, 관련자들이 느슨하게 섞여 있고, 변호인의 견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그림이 필요하다. 그래야 “검찰청 술자리 회유”라는 프레임이 완성된다.
그런데 설주완 변호사의 입회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 그림은 크게 흔들린다. 변호인이 조사실에 있었다면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된다. 검찰이 피의자에게 몰래 술을 먹이며 진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변호인이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으로 바뀐다. 이것은 입증 부담이 훨씬 무겁다. 변호인이 있었다면 왜 즉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조사 과정에서 왜 이의제기나 기록화가 없었는가. 조사 종료 뒤 변호인의 행적과 통화 내용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질문은 이제 소주병에서 설주완으로 이동한다.
박상용 검사 측이 설주완 변호사의 복귀 요청 통화와 조사 종료 후 통화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주가 언제 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술자리 회유를 증명할 수 없다. 소주 구매, 청사 반입, 조사실 도착, 음주, 회유, 진술 변화는 각각 별개의 고리다. 반면 변호인 입회 여부는 이 모든 고리를 한 번에 흔든다. 변호인이 있었다면, ‘은밀한 회유’라는 표현은 훨씬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설주완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다. 그는 그날 조사실의 현실을 가르는 사람이다. 있었는가, 없었는가. 있었다면 몇 시에 들어왔는가. 조사 시작 전부터 있었는가, 야간 조사 중 복귀했는가. 조사 종료 때까지 있었는가. 끝난 뒤 누구와 통화했고, 무엇이라고 말했는가. 이 질문들은 모두 술파티 의혹의 뼈대를 직접 건드린다. 그래서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은 소주병이 아니라 설주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정치권은 ‘술파티’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그 단어는 매우 강하다. 검찰청이라는 딱딱한 공간과 술파티라는 느슨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국민 머릿속에는 곧바로 비정상적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나 법정은 이미지가 아니라 기록으로 움직인다. 카드 결제 시간, 조사 시작 시간, 호송 기록, 변호인 입회 여부, 통화 녹취, 출입 기록, 교도관 진술이 맞물려야 한다. 그중 설주완 변호사의 존재는 의혹의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만약 설 변호사가 실제로 조사에 입회했고, 조사 종료 뒤에도 별다른 이상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화영 측 주장은 상당한 설명 부담을 안게 된다. 반대로 설 변호사의 입회가 형식적이었거나, 핵심 시간대에 현장에 없었거나, 실제 조사실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박상용 검사 측 반박도 약해진다. 그래서 설주완은 어느 한쪽의 장식용 증인이 아니라, 사건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고리다.
이 대목에서 더 큰 질문이 나온다. 왜 이 사건은 계속 정치권에서 폭발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이 흔들리면 대북송금 수사의 정당성도 흔들린다. 대북송금 수사가 흔들리면 이재명 측을 향한 검찰 수사의 큰 축 하나가 약해진다. 그래서 ‘검찰청 술파티’ 의혹은 단순한 조사실 해프닝이 아니라, 사법 리스크 전체를 재구성하려는 정치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프레임이 아무리 강해도 기록을 이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검찰이 정말 술자리 회유를 했다면, 그것은 엄중한 수사 범죄에 가깝다. 관련자들은 책임져야 하고 수사 기록은 다시 검증돼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의혹이 과장됐거나 선별된 자료로 키워진 것이라면, 그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재판 중인 사건의 핵심 증언을 흔들기 위해 국민에게 자극적 이미지를 먼저 던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술파티 의혹’의 승부처는 감정이 아니라 시간표다. 그리고 그 시간표의 한가운데에 설주완이 있다. 소주가 몇 시에 결제됐는가. 조사실에는 몇 시에 들어왔는가. 야간 조사는 몇 시에 시작됐는가. 변호인은 몇 시에 복귀했는가. 조사는 몇 시에 끝났는가. 끝난 뒤 변호인은 어떤 말을 남겼는가. 이 모든 질문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다. 설주완.
그래서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려면 “소주 4병이 있었느냐”에서 멈추면 안 된다. 더 날카로운 질문은 이것이다. 그날 변호인은 어디에 있었나.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술파티 의혹은 이미지에 머문다. 반대로 이 질문의 답이 명확해지면, 사건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법정의 기록으로 돌아간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의 진실은 술파티라는 말 한마디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한 사람의 위치와 시간으로 크게 갈릴 수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그래서 이 사건의 조연이 아니다. 그는 ‘검찰청 술파티’ 의혹의 급소다. 소주병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설주완은 그 장면이 실제였는지 무너뜨릴 수 있는 열쇠다.
참고문헌
- 중앙일보/다음, 쌍방울 법인카드 소주 구매 관련 보도
- 한겨레, 이화영 술자리 의혹과 박상용 검사 반박 관련 보도
- CBS노컷뉴스, 박상용 검사 손해배상 소송 관련 보도
- 데일리안, 이화영 ‘술파티 위증’ 국민참여재판 관련 보도
- 오마이뉴스, 법무부 조사와 수원지검 조사실 술·음식 제공 의혹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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