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외교는 종종 국내의 연장선이지만, 때로는 자존심의 우회로이기도 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 파문을 두고 나오는 질문도 결국 이것이다. 정말 인권의 문제만을 말한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발 압박 속에서 국제무대의 새로운 포지션을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가.
이 해석이 힘을 얻는 첫 번째 이유는 시점이다. 최근 중동 위기와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둘러싸고 트럼프는 동맹들의 대응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왔다. AP는 마크롱-이재명 회담 보도에서 트럼프가 중동 분쟁 대응과 관련해 동맹들이 충분히 돕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한국 내 미군 병력 수치까지 부정확하게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은 물론 외교가 안팎에서도 이를 사실상의 공개 면박, 즉 ‘푸대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전면화한 것은, 미국 주도의 중동 프레임 안으로 수동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도덕적 이슈를 선점해 외교의 주도권을 다른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이 부분은 해석이지만, 시점상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는 연결되는 국제 인물들이다. 마크롱은 최근 서울을 국빈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국방, 에너지,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중동 긴장과 호르무즈 문제도 함께 논의했다. Reuters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해상 운송로 확보와 에너지 안정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동시에 마크롱은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두고 “무차별적 공격”을 비판하며 미국과 이란 모두 휴전 범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마크롱은 이스라엘을 전면 적대하지는 않지만, 국제법과 민간인 피해를 고리로 공개 비판을 강화해 온 지도자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트럼프와 다른 결의 중재·비판 축과 손을 맞잡을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룰라는 더 선명하다. 브라질의 룰라는 가자 문제를 두고 반복적으로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해 왔고, 2025년에는 “계획된 집단학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룰라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자임하며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질서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 온 인물이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국제 이슈화한다면, 그것은 단지 한 번의 감정적 SNS 게시물이 아니라 룰라식 도덕 외교와 마크롱식 규범 외교 사이의 공간에서 자기 존재감을 키우려는 시도로도 읽힐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룰라와 이재명이 이 사안을 함께 추진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고, 여기서부터는 정치적 추론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스라엘 인권인가.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 북한, 이란의 인권을 정면으로 때리면 안보·경제·대북 전략과 곧바로 충돌한다. 반면 이스라엘 문제는 도덕적 명분은 크고, 국내 진보 지지층에 주는 상징성도 강하며, 미국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효과까지 있다. 다시 말해 비용 대비 상징효과가 큰 전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재차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한 감정 발산이라기보다, 공개적 국제 메시지의 형식을 취한 선택적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홀로코스트 경시와 허위 맥락 유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이 계산이 성공할지다. 마크롱이나 룰라는 각자의 국제적 기반이 있다. 프랑스는 유럽의 핵심 국가이고, 브라질은 글로벌 사우스의 상징적 축이다. 반면 한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과의 연결고리가 훨씬 더 촘촘하다. 이런 구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마찰을 관리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 인권 전선을 키우면, 그것은 독자적 외교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동맹 균열만 키우는 위험한 과시로 비칠 수 있다. 게다가 북한 문제에서는 최근 대북 유화 제스처를 내며 긴장 완화를 시도한 반면, 이스라엘 문제에서는 가장 격한 도덕 언어를 택했다는 점은 외교 원칙의 일관성 문제를 다시 부른다. Reuters에 따르면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의 드론 관련 유감 표명을 이례적으로 “현명하다”고 평가했다. 강자에게는 상징적 저항, 직접 맞닿은 위협에는 신중한 유화라는 이중구도가 읽히는 이유다.
그래서 이 장면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에게 밀린 뒤, 이재명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다른 무대를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무대가 바로 이스라엘 인권 문제이고, 그 언어는 국제법과 인권이며, 그 잠재적 관객은 트럼프와 거리를 둔 유럽 규범파와 글로벌 사우스 비판파일 수 있다. 이 구상은 정치적으로는 영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외교적으로는 매우 위험하다. 계산이 조금만 빗나가면, 원칙 외교가 아니라 반미·반이스라엘 상징정치에 올라탄 외교 도박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정말 노리는 것이 국제적 존재감 확대라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존재감이 국익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박수 몇 번과 외교 청구서만 남길 것인가.
참고문헌(References)
- AP, French and South Korean leaders say they’ll work together on the Strait of Hormuz, 2026.4.3.
- Reuters, South Korea, France agree to deepen defence and energy ties amid Middle East conflict, 2026.4.3.
- Reuters, France’s Macron urges US, Iran to respect ceasefire in Lebanon, 2026.4.8.
- Yonhap, Foreign ministry regrets Israel’s “misunderstanding” of President Lee’s Middle East remarks, 2026.4.11.
- Asiae English, President Lee: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Must Be Upheld”, 2026.4.10.
- Asharq Al-Awsat / AFP, South Korea President Clashes with Israel on Rights, Disinfo Claims, 2026.4.11.
- Reuters, North Korea says South Korea’s Lee is ‘wise’ for expressing regret about drones, 2026.4.6.
- Al Jazeera, “Premeditated genocide”: Brazil’s Lula slams Israel over Gaza, 2025.6.5.
- Le Monde, Brazil’s president stirs controversy by comparing war in Gaza to the Holocaust, 2024.2.19.
Socko/Ghost






